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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었던 한일 총리 회담..."공은 한국 손에"

기사등록 : 2019-10-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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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9월 뉴욕을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만남이 단절된 가운데, 약 1년 만에 이루어진 최고위급 인사 간 회담이었다.

이번 회담을 통해 강제징용 문제를 발단으로 '악순환'에 빠진 양국 관계를 타개할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이 모아졌다. 양측은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하며 소통을 계속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회담은 당초 예정됐던 10분을 훌쩍 넘겨 약 20분간 진행됐지만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

이낙연 총리(좌)와 아베 총리가 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한일 간 온도차 다시 한 번 확인

특히 한일 관계 악화의 발단이 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이미 해결됐다"는 종래 일본 정부의 주장을 재차 되풀이했다.

그는 이 총리에게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계기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한국 측에서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한국도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론했다.

하지만 회담 종료 직전 이 총리로부터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해 받은 아베 총리는 재차 강제징용 문제를 끄집어 내 "양국 관계를 본격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국 측의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 대법원 판결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한일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엎은 것이다. (한국이) 국제조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의 회담 말미 발언에 대해 "아베 총리가 한국 대법원 판결을 거론하며 엄한 어조로 한국 측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번 회담에 대해 "대화를 촉진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며 하나의 '분기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총리는 회담 후 한국 기자단에 "간헐적이고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외교 당국의 비공개 대화가 이번 회담으로 공식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 동행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관계가 악화됐던 7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급 회담이다.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 측의 반응은 다르다. 일본 정보의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한국의 정치 지도자에게 직접 우리의 명확하고도 일관된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다"며, 강제징용 문제에 있어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언론들도 한일 간 인식 차이에 방점을 뒀다. 아사히신문은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한국과, 강제징용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온도차가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번 회담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일본 측과, 한일 양국이 서로 다가서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어 하는 한국 측 사이에 온도차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이낙연 총리(좌)가 24일 일본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1년 만에 회담을 가졌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공은 한국 손에"

향후 관심은 올해 안에 한일정상회담이 실현돼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 등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보낸 친서에는 "일본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파트너"라고 지적하며 "양국의 현안이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연내 국제행사에서 두 차례 정도 만날 기회가 있다. 10월 31~11월 4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11월 16~17일 칠레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이다.

양측의 의지가 확인될 경우 두 차례의 국제회의 석상에서 한일 정상이 마주 앉아 현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정상회담 실현 등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지 못한 채 11월 23일 지소미아 종료가 확정되고,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압류한 일본기업의 자산 현금화가 이루어진다면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정상회담에 냉담한 입장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외무성 간부는 "정상회담에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면 양국 관계는 끝나버릴 것"이라며 "강제징용 문제에서 한국 측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 이후 한국 측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초점"이라며 "문제를 만든 한국이 스스로 정리하길 바란다. 공은 한국 측에 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낙연 총리(좌)와 아베 총리가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만나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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