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지금 한국경제를 '서서히 데워지는 솥 안의 개구리'에 비교하는 지적이 많습니다. 두 자릿수 성장은 먼 얘기가 됐고, 3%대에서 2%대로 떨어지더니 이제 '2% 성장'도 지켜내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상승률도 0%대로 고착되는 양상입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디플레이션 악몽'이 한국경제에도 공포로 엄습합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디플레이션 공포(D의 공포)'를 피하기 위한 각 경제주체의 노력을 점검하고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오는 11월까지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 6연속 하향조정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중앙은행 불신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1년새 기준금리를 올렸다 내리면서 금리정책 효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4%를 기록하면서, 연간 성장률이 2%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재차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올해 2% 성장이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서울 중구 한국은행. 2019.03.29 alwaysame@newspim.com |
문제는 한국은행이 이미 성장률 전망에서 5차례 연속 '불합격'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과 10월 경제전망을 기존 3.0%에서 2.7%까지 낮췄고, 올해에도 1월 4월 7월에 걸쳐 전망치를 2.2%까지 하향조정했다. 한은은 연 4회 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발표할 때마다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전통적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높게 잡아왔으며 지속적인 하향조정으로 신뢰도 하락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Fed)은 성장률 전망치를 조금 보수적으로 보는 반면 한국은행은 다소 낙관적인 면이 있다. 올해 11월에는 내년 전망치가 중요할 텐데, 시장은 역시 한은 발표치보다 조금 낮게 예측하게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성장률과 함께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높게 나오는데,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을 막기 위한 심리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역시 신뢰도 하락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부에서도 못 믿겠다는 시각이 있어 뼈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미중 무역분쟁, 지정학적 리스크 등 돌발상황이 이어졌는데 돌발상황을 가정하고 경제전망을 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함께 금리정책 효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고, 올해 7월과 10월 금리를 1.25%까지 인하했다.
한 시중은행 채권딜러는 "지난해 금리를 높였기 때문에 올해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이주열 총재의 설명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더 일찍 금리를 인상해 놨어야 한다는 의구심도 계속 든다. 미중 무역분쟁 등 이슈가 있었지만 시장 변화에 대해 한국은행은 후행적으로 쫓아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채권딜러 역시 "시장금리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린 다음 마지못해 금리를 조정하는 면이 크다"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금리인하 였기 때문에 오히려 10월 인하 후에는 시장금리가 오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지속하면서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수단이 동원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전무는 "앞으로 한두차례 정도 금리를 더 내릴 수 있겠지만, 그 다음에 인하가 어렵다면 한국식 양적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며 "장기금리를 눌러 유동성을 더 공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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