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내에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 외국계 완성차 3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국산차도 수입차도 아닌 어정쩡한 브랜드 파워를 지적합니다. 또 떨어지는 제품 경쟁력을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하기도 합니다. 해외 본사로부터는 불안정한 노사 관계와 비싼 노동력을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외국계 완성차 3사의 현황을 진단하고 돌파구를 모색해봅니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양극화가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점유율이 역대 최고인 81.7%(3분기 기준)까지 치고올라간 반면 한국지엠(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설 땅은 그만큼 줄었다.
한국지엠은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노사간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르노삼성은 세단 모델인 SM3와 SM7을 단종하는 등 라인업을 대폭 축소했고, 위탁생산하던 닛산 로그 물량이 올해말로 끝나 신모델인 '캐시카이' 위탁생산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르노삼성은 이미 생산량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을 기존 60대에서 45대로 줄이는 한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중이다. 쌍용차는 주력모델이 경쟁사에 밀리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르노삼성차] |
2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추가적인 생산운영방안에 대해 노조와 대화를 진행했다. △현재 시간당 생산량인 45대를 유지하는 대신 조합원들의 연차를 30일 소진하는 1안 △시간당 생산량을 45대에서 35대로 추가 감축하는 2안 △시간당 생산량을 60대로 늘리되 2교대 방식을 2교대로 전환하는 3안이 제시됐다.
사측은 첫번째 안을 놓고 노조와 협의중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내년엔 올해보다 물량이 더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 연차를 맞춰 쓰는 것으로 노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르노삼성 관계자는 "대비책을 마련하려는 취지이기 때문에 추가 구조조정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과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의 올해 9월까지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4% 감소한 13만대다. 내수는 6만402대로 3.1% 줄었으나, 수출은 36.5% 감소해 6만9511대에 그쳤다.
쉐보레 콜로라도 [사진 = 한국지엠] |
한국지엠은 경영 정상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지엠의 올해 9월까지 내수 판매량은 5만3934대로 지난해보다도 18.7% 감소했다. 수출량이 25만4999대로 많지만 이마저도 전년 대비 7.3% 감소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10차에 걸쳐 교섭을 이어왔다. 노조는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5.65% 인상과 통상임금 250% 규모의 성과급, 사기 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해왔지만 사측은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아야 할 시기에 임금을 올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이 "한국계획 철수 계획은 없다"고 선언하며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수입 신차 콜로라도와 트래버스가 예상을 웃도는 흥행을 보였다는 점이 위안이다. 지난 28일 고객 인도를 시작한 콜로라도는 사전계약대수가 2000대를 돌파하는 등 인기가 높다. 한국지엠은 내년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는 한편 내달 1일부로 군산공장 무급휴직자 300여명을 복직시킬 예정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당분간은 생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돼 다행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상황도 좋지 않다.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0만1403대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치지만 주력 모델들이 경쟁사에 밀려 일제히 부진에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다.
소형 SUV 시장을 이끌던 효자 '티볼리'가 현대차 '베뉴', 기아차 '셀토스'에 밀려 판매량이 급감했다. 거기에 대형 SUV 'G4 렉스턴'도 9월 판매량이 833대에 그쳐 전년비 32.7% 감소했다. 지난 9월 출시된 기아차 '모하비'에 밀리는 형국이다.
판매량 회복을 위해 가격할인과 옵션 무상제공 등 프로모션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판매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결국 수익성이 더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쌍용차는 3분기 1052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미래 대비책도 불확실한 것이 쌍용차의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SUV로 차종이 한정돼있고 친환경차에 대한 연구개발(R&D)도 미진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 기업들의 부진 장기화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가 감소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면 구조조정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며 "신차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다는 점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선 노사가 합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생존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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