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현기자= 세계 최대 가상화폐 채굴기 기업 비트메인(BITMAIN)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공동 창업자 겸 경영자인 잔커퇀(詹克團)과 우지한(吳忌寒)이 경영 방식을 둘러싸고 심각하게 충돌하면서 사업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지한과 잔커퇀은 가상화폐 채굴기 사업으로 엄청난 자산을 형성한 중국 블록체인 업계의 유명 인사여서, 이 둘의 갈등은 시장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29일 중국 매체 제몐(界面)에 따르면, 비트메인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 끝에 현 대표인 잔커퇀이 우지한에게 밀려났다. 우지한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비트메인의 사업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동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우지한(좌), 잔커퇀(우) [사진=바이두] |
수뇌부 간 갈등은 회사 내부에서도 수면위로 표출됐다. 우지한은 최근 회사 내부 이메일을 통해 "회사 임직원들은 앞으로 잔커퇀의 지시에 따르지 말고, 그가 주재하는 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지침을 어길 경우 근로 계약을 해지하는 동시에 지침 위반으로 회사에 끼친 경제적 피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는 자신의 입장을 공지했다.
실제로 최근 비트메인의 경영진 구도에서 이상 조짐이 감지된 바 있다. 국가기업신용정보공시 시스템(國家企業信用信息公示系統)에 따르면, 얼마 전 잔커퇀은 상임이사직을 사임했고, 관리자로 직함이 변경됐다. 더불어 법정대표도 잔커퇀에서 우지한으로 변경됐다.
우지한은 비트메인의 경영일선에서 한동안 사라졌었다. 우지한과 잔커퇀은 AI 반도체 사업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두 사람은 합의하에 회사를 분사하기로 결정한 것. 이에 우지한은 비트메인의 경영 업무에 참여하지 않았다.
분사 결정 이후 잔커퇀의 주도하에 AI 반도체 및 채굴기 칩 분야가 비트메인의 주력사업이 됐다. 우지한도 내부 기술 인력을 데리고 별도의 블록체인 업체인 메트릭스포트(Matrixport)를 설립했다. 비트메인의 투자를 받은 메트릭스포트는 가상화폐 거래소, 채굴 풀(Mining pool, 마이닝 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AI 반도체 [사진=바이두] |
그렇다면 두 경영진 간 갈등은 어떻게 재점화됐을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우지한이 잔커퇀을 '축출'한 배경으로 잔커퇀의 독단적인 사업 추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잔커퇀은 무리한 AI 반도체 사업 추진으로 회사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며 "그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우지한을 비롯한 다른 주주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중국 당국이 블록체인 업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천명하자 투자자들이 우지한이 비트메인의 경영을 맡아주기를 요청했다는 것.
실제로 잔커퇀이 주도했던 AI 반도체 사업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트메인 관계자는 "비트메인은 채굴기 칩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AI 반도체 분야 기술력은 부족했다"며 "두 차례 출시한 AI 반도체 제품에도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말하며 스타트업 업체로서 한계를 인정했다.
잔커퇀의 경영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비트메인의 한 관계자는 "잔커퇀이 시장개척, 경영전략 등 모든 사안에서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다른 경영진들이 제대로 된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인 잔커퇀(詹克團)과 금융업계 종사자였던 우지한은 지난 2013년 채굴기 제조 업체인 비트메인(Bitmain)을 창업하면서 블록체인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 두 사람은 전세계적인 가상화폐 열풍에 따른 채굴기 사업의 성공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후룬(胡潤)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잔커퇀과 우지한은 각각 295억위안(약 5조원) ,165억위안(약 2조 70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잔커퇀은 비트메인의 36%의 지분을 소유한 1대 주주이다. 다만 우지한(지분 25.25%)이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로 전해진다. 우지한의 경영 일선 복귀로 AI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현행 사업 구도에도 변동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dongxu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