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압수영장을 통해 확보한 결정적인 증거라도 영장의 혐의사실과 공소사실이 다를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의 상고심에서 필로폰 투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김 씨의 필로폰 수수 혐의는 원심 선고와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이 유지됐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이 된 필로폰 투여 혐의 부분에 대해 "수사기관이 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사실을 기초로 확보한 증거를 별개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며 "영장 발부 사유가 된 피고인의 소변은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을 옳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의 소변을 토대로 확보한 마약감정서도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의한 2차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김 씨는 2018년 5월 24일 새벽 부산 북구 구포동 모 호텔에서 특정인에게 무상으로 필로폰을 교부(필로폰 수수)하고, 같은 해 6월 21일~25일 불상의 장소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검찰은 김 씨가 2019년 5월 23일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제보를 받고 이를 근거로 압수영장을 발부받았다. 이후 약 1달이 지난 6월 25일에야 피고인의 소변을 확보해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투약자의 소변에서 마약류 등이 검출될 수 있는 기간은 4~10일인 관계로 검찰은 압수영장 발부의 근거가 된 '5월 23일 투약 혐의'가 아닌 '6월 21~25일 투약 혐의'를 공소사실로 기재해 기소했다.
1심은 김 씨의 소변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감정서를 근거로 유죄를 인정해 필로폰 수수와 필로폰 투여 혐의에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추징금 20만원도 함께 명령했다.
반면 2심은 필로폰 투약 부분과 관련해 "마약류 투약 범죄는 즉시범으로, 범행 일자가 다를 경우 별개의 범죄로 봐야 한다"며 "압수영장의 혐의사실과 공소사실을 동종범죄로 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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