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이 금지돼야 하며, 이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고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만해평화대상을 수상한 지한파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역사학 교수는 영국 가디언지에 1일자로 소개된 기고문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끔찍한 역사를 지닌 일본 욱일기, 도쿄올림픽에서 금지돼야 한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는 엄연히 다르다며 IOC가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욱일기를 들고 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한 일본 육상 자위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개막식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노예제도를 지지했던 미국 남부연합 국기를 흔든다고 상상해보라"며 일본의 욱일기는 남부연합기와 비슷한 역사적 상처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욱일기가 일본에서 불법이 아니고 상업적 용도로 종종 사용되지만, 1870년부터 2차세계대전 종전까지 일본 제국의 전쟁 깃발이었고 1954년부터 일본 해상자위대의 깃발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또한 일본 극우세력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욱일기를 휘날리며, 일본이 아시아 전역에서 벌인 침략 행위를 '신성한 해방 전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한국의 정당한 요청에 일본 정부는 '일본에서 널리 사용된다' '정치적 상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욱일기는 일본 국기가 아니므로 IOC가 사용을 금지할 권한이 있는 만큼, 욱일기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해 사용금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든 교수는 욱일기에 얽힌 끔찍한 역사를 지닌 국가는 한국뿐이 아니므로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미얀마 등 일본으로부터 침략당한 아픔을 지닌 국가들이 도쿄올림픽을 전면 보이콧하기 전에 IOC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며 방관한 미국 정부도 현재 한일 갈등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일본에서도 수많은 역사학자, 활동가, 일반 시민들이 역사를 부정하는 정부에 맞서 정부 기록을 찾아다니고 생존자들의 진술을 받는 등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들이 밝혀낸 역사적 진실은 일본 제국주의가 욱일기를 휘날리며 저지른 만행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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