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태국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예정에 없던 11분간의 환담을 갖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의지를 확인했다. 13개월 만에 정상 간 직접 소통이 이뤄진 양국 관계의 향방은 오는 23일 0시로 예정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여부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5일 태국에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관련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전 자신의 SNS에 전날 있었던 아베 총리와의 만남을 언급하며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고 적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에 이어 한일 정상 간의 환담을 통해 형성된 대화 모멘텀은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정식으로 열릴 경우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아세안+3 정상회의 전에 11분간 환담했다. [사진=청와대] 2019.11.04 dedanhi@newspim.com |
◆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문재인-아베 양자회담 가능성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삭 양자회담이 개최되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 지소미아 종료 등 쟁점이 '톱다운' 방식으로 논의돼 양국 관계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달 16~17일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취소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한일 정상이 만나 양국 현안 절충점을 찾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달 한일관계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지소미아가 1순위로 꼽힌다. 예정대로 종료될 경우 양국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정상회담 개최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으나 지소미아가 유지되면 극적인 화해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소미아 종료가 확정될 경우 한일 관계 개선이 요원해지고 한중일 정상회의에서의 한일 정상회담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며 "최근 국방부와 국정원이 지소미아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등 정부는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일 지소미아 유지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오는 23일 직전에 한일의 외교·국방 고위급 만남도 예정돼 있다. 한일 정상은 지난 4일 환담에서 고위급 협의 활성화에 뜻을 함께한 만큼 적극적인 대화가 예상된다.
우선 오는 16~19일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담이 열린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참석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한미일 3국 국방장관회담은 물론 한일 양자 국방장관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했다. |
◆ "한일 외교·국방·안보 소통 채널 활성화해야"
지소미아 종료일과 겹치는 22~23일에는 일본 나고야에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린다. 강 장관의 참석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남아있는 2주 동안 실무협의 진전이 있을 경우 한일 외교수장이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일 자리가 될 수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외교 장관 채널 외에도 우리의 국가안보실장과 일본의 국가안전보장국 국장의 채널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며 "만약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국방·안보 당국 간의 소통 채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대화에도 한일 모두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일본은 태국에서의 정상 간 환담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대화 재개 이상의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렵단 분석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의 원칙적인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우리가 무슨 제안을 하더라도 받지 않는 모습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을 의도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우리도 최악의 경우를 항상 상정해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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