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계열사 허위 신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이근수 부장판사)는 8일 오후 2시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돼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카카오] |
재판부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해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지정자료 제출 권한을 위임받은 카카오 대표자 또는 직원 박모 씨에게 고의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위반 행위를 강제하기 위해 주의·감독을 게을리했는지 여부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피고인이 법률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기소했고, 당심에서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며 "예비적 공소사실은 자료 제출 권한을 위임받은 카카오가 위반행위를 했다는 점을 전제로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벌규정으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대표자나 법인, 개인,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 등이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며 "나아가 법인이 개인의 위반행위를 강제하기 위해 주의·감독을 게을리한 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위임자 박 씨가 2016년 2월 지정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고 3월에 추가로 제출한 점, 이후 계열사에 대한 공시 누락 사실을 확인한 경위, 이에 대해 추가 신청한 점 등을 종합해볼 때 고의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주위적 공소사실을 이미 무죄로 선고했고 항소심에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8일 김 의장에게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자료 제출 의무가 있고 모든 법적 책임을 부담한다는 문서에 자필로 서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대법원 판례 취지를 대입하면 허위지정자료 제출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여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 측 변호인은 "당시 권한을 위임받은 계열사 임원은 최대 출자자로서 카카오 계열사가 신고돼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신고해야 한다는 것을 알자마자 공정위에 바로 신고했고 공정위도 경고 처분으로 종결했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김 의장은 최후진술에서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의장은 2016년 3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면서 계열사 ▲엔플루토 ▲플러스투퍼센트 ▲골프와친구 ▲모두다 ▲디엠티씨 등 5곳의 공시를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대주주 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 68조는 지주회사의 설립 또는 전환, 지주회사 사업내용, 주식 소유현황, 채무보증현황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하면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김 의장은 약식기소돼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의장이 상호출자제한 기업 지정 관련 자료에 대해 허위 제출 가능성 인식을 넘어 제출 자체를 인식하거나 미필적 고의의 한 요소로 허위 제출을 용인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면서 '양벌규정'에 따라 실무 직원뿐 아니라 김 의장도 함께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현재 증권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 인수 계약을 맺었다. 올해 4월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김 의장이 벌금형 이하 판결을 확정받아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회사 대주주는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공정거래법·조세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김 의장의 항소심 재판 결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관련 심사를 보류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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