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무장한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누르며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를 알린 지 3년 반이 지났습니다. 알파고 쇼크에 우리 기업과 대학은 앞다퉈 인공지능 투자를 선언했지요. 하지만 국내 법체계는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법 규제에 막혀 야심차게 닻을 올린 인공지능 연구가 속속 중단되고, 인재는 해외로 떠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 뒤늦게 데이터 3법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입법 이후 정책적 과제를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30회 이상 '빅시리즈'로 꼼꼼하게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미국 한 남성이 마트 주인 나오라는 소리를 연신 지르며 대형마트로 향했다. 그의 손에는 출산용품 쿠폰이 잔뜩 들려있었다. 남자는 딸이 고등학생인데 출산용품과 관련된 쿠폰을 보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그는 며칠 뒤 딸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부모도 알지 못했던 딸의 임신 소식을 어떻게 마트가 먼저 알았을까?
뉴욕타임스에 실렸던 이 이야기는 '빅데이터 분석 예측 시스템'이 활용된 예다. 대형마트는 고객의 구매 패턴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후 남성, 여성 그리고 연령별로 다양한 집단들의 구매패턴을 분석했다. 고객의 25가지 구매 행태를 분석하면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예로 여성이 사용하던 화장품을 무향으로 바꾸거나, 평소 사지 않던 철분·미네랄 영양제를 갑자기 사들이는 경우다.
실제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는 이 같은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 최근에는 전통 유통사업보다 클라우드(cloud 기업에 저장공간·서버·네트워크 같은 기본 IT 인프라를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 수익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의 클라우드 부문은 이제 견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할 정도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19.11.15 june@newspim.com. |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클라우드 사업을 한다. AWS가 아마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0% 수준이지만, 이익은 전체 7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3분기 기준 AWS 매출은 90억달러(약 10조4500억원)로 아마존 총 매출 700억달러(81조2700억원)의 13%를 차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3억달러로 아마존 총 영업이익(32억달러)의 70%를 상회한다. 전통 유통사업이 박리다매를 지향하며 낮아진 수익성을 AWS가 메우는 셈이다.
AWS는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전통적인 IT 업체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구글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IT 인프라가 점점 확대되면서 AWS의 클라우드 부문 수익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1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알리바바도 클라우드 사업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3분기 매출이 1190억위안(19조6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851억위안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40% 증가했다.
알리바바의 호실적 배경은 클라우드 사업을 맡고 있는 알리윈(阿里云)의 성장이 첫 손에 꼽힌다. 전자상거래 매출(1012억위안)이 40% 증가하는 사이 클라우드팅 매출(93억위안)은 60%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알리윈 매출은 지난 10분기 연속 60% 증가세를 유지했다.
반면 국내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로켓배송과 직매입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쿠팡의 누적적자는 매년 확대되고 있다. 매출은 재작년보다 65% 증가한 4조422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 손실은 72% 늘어난 1조970억원이었다. 6년 연속 적자가 나면서 누적 적자는 3조원에 육박한다. 외부 투자로 버티고 있지만 투자금 수혈이 없으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위메프와 티몬 역시 적자다. 지난해 위메프는 영업손실 390억원으로 적자 규모를 다소 줄였다. 하지만 최근 쿠팡과의 매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시 한번 공격전선에 뛰어들어 적자 규모가 커질 가능성에 놓였다. 티몬의 지난해 영업손실도 1279억원 수준이다.
로켓배송 [사진=쿠팡] 2019.11.15 june@newspim.com |
이들 기업은 전통적인 전자상거래가 주요 사업이다. 배달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서 발벗고 나서지만 녹록치만은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14일 국내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는 등 데이터 3법이 첫 발을 떼면서 사업다각화에 한 발짝 내딛게 됐다. '빅데이터'와 연계한 신사업 전개를 할 수 있는 데다, 전통사업 부문에 활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업계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상업적 활용에 대한 논란 등 실제로 활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첫 발을 뗀 수준이어서 데이터를 활용하기까지 많은 여정이 남았다"면서도 "클라우드 사업은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기대된다. 여기에 데이터를 활용해 취향과 스타일을 반영한 상품 추천으로 상당 부분 매출과 직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 전개에 대해 경제적 기대감이 상당하다"며 "하지만 기업이 데이터를 쥐고 흔드는 데이터 사유화와 이에 대한 개인의 데이터 독립 요구와 같은 분쟁이 생길 수 있어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사전 고찰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