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수당 확대 등 대대적인 복지강화 정책을 추진하는 서울시가 정작 추가지원이 필요한 소수 '사각계층'은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립수당 '동결'을 결정한 시설퇴소 아동의 상당수가 투표권이 없다는 점에서 표를 의식한 박원순 시장의 포퓰리즘이 극에 달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복지정책만큼은 정치적 계산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뉴스핌 취재결과 서울시는 올해 4월부터 시행중인 월 30만원의 시설퇴소 아동 자립수당 규모를 내년에도 늘리지 않는 것으로 확정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2020년 서울시 희망의 경제 선순환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9.10.31 dlsgur9757@newspim.com |
자립수당은 가정위탁이나 고아원 등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종료된 아동에게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비 60%, 시비 40% 매칭으로 올해 4월부터 시행중이다.
지원대상은 2017년 5월 이후 보호 종료된 아동 중 종료일로부터 과거 2년 이상 연속해 보호를 받은 아동이다.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진행중인데 10월말 기준 약 750여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서울시 전체 지원대상 규모는 1000~1100명으로 추산된다.
현행법상 만 18세가 넘으면 가정위탁이나 아동보호시설을 떠나 혼자 생활해야 한다. 시설아동의 경우 가족이 해체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제대로 된 학업도 완료하지 못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정부가 아동복지법 개정 이후 자립수당을 별도로 신설한 이유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인 자립수당을 내년부터는 본 사업으로 시행한다. 하지만 업계의 요구가 높았던 수당 규모는 월 30만원으로 동결했다.
익명을 요구한 청소년시설 관계자는 "금액이 너무 적다. 시설퇴소 아동은 취업이나 학업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쉽지 않다. 먹고 사는 문제는 혼자 해결해야 하는데 30만원은 기초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들에 대한 지원만큼 현실성을 감안해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 가족담당 관계자는 "올해는 시비가 40%였지만 내년에는 50%로 늘렸다"며 "수당 규모 확대 필요성은 내부에서도 논의했지만 최종 반영은 안됐다. 지급 대상이지만 아직 수당을 받지 않고 있는 아동들에게 제도를 잘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수당 등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복지를 확대하면서 정작 지원 강화가 필요한 소규모 맞춤 복지를 외면하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현 연간 6500명 수준인 청년수당 규모를 내년부터 3만명으로 확대하고 2021년과 2022년에는 3만5000명까지 늘린다. 3년간 10만명이 혜택을 받게 되며 투입 예산은 3300억원으로 연간 1000억원이 넘는다.
반면 서울소재 시설퇴소 아동 전체 규모는 1000명 내외로 추정된다. 내년 예산 규모도 40억원에 불과하다. 청년수당 대비 적은 예산증액으로도 충분한 복지강화가 가능하지만 서울시의 결론은 '동결'이다.
복지업계 관계자는 "청년수당 확대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공정한 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시설퇴소 아동들은 달리기에도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시설퇴소 아동이 너무 소수라서 정책 파급력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시가 표를 염두에 둔 정책을 펼치면서 복지 사각계층이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만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10만명 이상이 혜택을 받는 청년수당은 표가 되고 만 18세에 1000명에 불과한 자립수당은 표가 안된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결정"이라며 "총선을 염두에 둔 복지정책으로 인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서울시 아동복지팀장은 "자립수당은 중앙부처 사업으로 복지부가 기준을 정한다. 시 자체사업과 중앙부처 사업을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서울시에서는 타 시도에 비해 시설퇴소 아동에 대한 지원이 더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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