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경영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를 비롯한 주요 주주사들은 당국의 적격성 심사가 완료되는 즉시 대규모 증자를 단행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착수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날 KT를 비롯해 우리은행·NH투자증권·한화생명·GS리테일·DGB캐피탈 등 주주사들과 함께 향후 증자규모와 지배구조 변경 등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 광화문 더트윈타워에 위치한 케이뱅크. |
이날 자리는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자격 요건 완화를 위한 법안이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둔 상황에 지체 없이 빠른 속도로 자본확충에 나서기 위해 마련됐다. KT는 물론 주주사 대부분이 '개점 휴업'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케이뱅크의 빠른 경영 정상화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아직 법안이 완전히 통과된 상황이 아닌 만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을지 등을 논의한 자리였다"며 "다만 대출상품을 취급하지 못하는 등 상황이 상황인 만큼 빠른 경영 정상화 방안을 찾기로 뜻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그간 KT가 대주주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증자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휘말렸기 때문.
이후 우리은행, NH투자증권, DGB캐피탈 등 기존 주주사 및 DGB금융 등 신규주주 영입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매분기 2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케이뱅크 상황에 모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까 투자를 망설여왔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21일 법안심사 소위를 거쳐 25일에 전체회의를 열고 인뱅법 개정안을 의결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심사 요건에서 공정거래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금융 관련 법령을 제외한 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과 확실시 되는 만큼 KT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심사가 조만간 재개되고 케이뱅크는 연내 KT 주도의 대규모 증자를 단행하고 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게 됐다. 케이뱅크 현재 KT 주도로 약 5900억원 규모의 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5900억원 규모의 증자는 KT 단독의 힘만으로는 힘들고 다른 주주사들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한데 현재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 이후 적극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실탄'이 부족한데다 현재 13.79%인 지분율을 더 높이는 데 부담이 크다.
지분율이 15%를 넘기게 될 경우 자회사로 편입해야 하는데 금융지주 체제에서는 은행을 손자회사로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에선 케이뱅크와 KT가 10% 내외의 지분을 투자할 수 있는 '중견 주주'를 2~3곳 새롭게 영입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가입자 수가 2000만명에 달하는 통신사 KT와 시너지를 내고 싶어하는 새로운 기업을 찾는 것이 인뱅법 개정안 덕에 더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케이뱅크는 그간 증자를 위해 ICT(정보통신) 기업, 유통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방면의 기업과 많은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의 한 관계자는 "공룡 ICT 기업인 KT 주도로 케이뱅크가 경영정상화의 길을 가는 것이 확실해진 상황"이라며 "신규 주주사를 찾는 것이 예전과 달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