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구촌 핫머니가 파키스탄 금융시장으로 밀물을 연출하고 있다.
배경은 간단하다. 지난 9월 기준 이른바 서브 제로 채권 물량이 14조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채권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파키스탄 루피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채권과 함께 주식시장도 해외 자금의 홍수 속에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고 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이 사들인 파키스탄 루피화 표시 채권 물량이 이달 들어서만 6억425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이 지난 4년간 사들인 파키스탄 현지 통화 표시 채권 물량보다 큰 금액으로, 최근 외국인들의 '사자'는 전례 없는 움직임이다.
이와 별도로 톱라인 증권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의 파키스탄 현지 채권 매입은 내년 말까지 30억달러로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파키스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 7월 이후 13.25%로 유지하고 있다. 보기 드문 고금리가 해외 자금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책자들의 판단이다.
상황은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파키스탄 증시는 지난 1개월 사이 13%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이는 94개 주요국 증시 가운데 최고의 성적에 해당한다.
고금리 이외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제공, 여기에 경제 개혁에 대한 기대가 금융시장의 골디락스를 주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IMF는 지난 7월 파키스탄에 6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승인했다. 눈덩이 재정적자로 인한 위기 상황을 진화하기 위한 복안이다.
앞서 지난 5월 사우디 아라비아는 최대 30억달러까지 파키스탄의 원유 대금을 3년간 유예해 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파키스탄은 외환보유액을 대폭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유동성 확보를 통해 파키스탄이 경제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외국인들의 매수 열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2016년 이집트 이후 사실상 첫 신흥국 경제 개혁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세 방안의 보류와 25년래 최저치로 밀린 루피화의 반등 기대도 해외 자금 유입을 재촉하고 있다.
파키스탄 금융 자산의 공격적인 베팅에 대해 르네상스 캐피탈의 찰스 로버트슨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두 자릿수의 수익률과 저평가된 통화라는 투자 조합을 지구촌 어디에서도 찾아내기 힘들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폴 그리어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키스탄의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나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경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고, 불균형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더드 차타드의 빌랄 칸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전세계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파키스탄은 경쟁 상대를 찾기 힘들 만큼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한다"며 "IMF의 구제금융과 경제 개혁 효과를 감안할 때 투자 리스크 역시 한풀 꺾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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