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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찰' 부인한 트럼프, 전세계 방위비 부담 압박

기사등록 : 2019-11-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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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그동안 '세계 경찰' 역할을 자처해온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 아래 싹 변했다. 그가 '동맹보다 국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에 주둔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는가 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총예산에 대한 기여도 대폭 삭감하겠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돈만 쫓다가 동맹과 신뢰는 물론이고 관계 자체를 잃을 수 있으며, 동맹이 독자적인 군사력 강화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방위비 분담 압박 이어 나토 총예산도 '우리 대신 누가 더 내라'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분담금을 연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내라고 압박한 데 이어 나토 총예산에 대한 기여도 미국 대신 다른 국가가 충당하라는 입장이다.

2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익명의 한 미국 국방 관료는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 예산 기여를 27% 대폭 줄일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동안 미국은 이 예산의 22%를 지원해왔는데 이를 16%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나토의 예산은 주로 나토 본부 시설 유지비, 합동 군사작전 등에 쓰이는 자금으로,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금과는 별개다.

2019년 나토 예산은 2억6050만달러로 책정됐다. 이중 상당 부분은 나토 벨기에 본부 시설 유지와 행정 비용에 쓰인다. 2019년 군 예산은 15억6000만달러다. 이는 일부 합동 군사 작전과 전략 사령부에 쓰이고 훈련 및 연구에 쓰이는 예산이다. 

이밖에 '나토 안보 투자 프로그램' 공동 예산도 있다. 군사 지시와 통제 시스템 투자, 시설 건축에 쓰이며 올해 책정된 예산 규모는 7억7000만달러다.

미국의 기여가 줄어든다해도 미국은 여전히 나토 예산에 최대 비중을 차지한다. 독일은 약 14.8%를 부담하고 있다. 다만, CNN은 독일 보다 더 큰 경제 규모의 미국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토 예산에 기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전부터 나토는 한 국가의 국민총소득(GNI)을 기반으로 합의된 예산 분담 공식을 토대로 본부를 운영해왔는데 미국과 나토 관리들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이번 주 미국의 공동 예산 기여를 줄이고 대신 다른 회원국들의 기여를 늘리는 새로운 분담금 공식에 합의했다. 미국의 분담을 줄이고 대부분의 유럽 회원국들과 캐나다의 분담은 높인다는 내용이다. 

이 소식은 나토가 서유럽과 체결한 미국 주도 동맹 체재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나토는 1949년 4월 여러 유럽국과 미국, 캐나다 간에 서유럽에 대한 군사적 · 경제적 원조를 내용으로 하는 조약이 체결되어 출범한 동맹으로 러시아의 군사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동안 나토 총예산에 큰 비중을 기여해온 미국이 '이제는 그렇게 못 내겠다'고 나오면서 동맹 관계, 역내 안보 보다 돈의 가치를 더 중시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충분히 내고 있지 않다고 비난해왔다. 현재까지는 29개 회원국 중 8개국 만이 연 GDP 2% 수준으로 분담하고 있는데 나머지 21개국은 5년 안에 분담금 수준을 맞춰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4월 26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 리허설이 열렸다. 판문점 남측에서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이동하고 있다. 2019.04.26 [사진=공동취재단]

◆ 한·일 분담금 증액 요구, 동맹 관계 악화로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요구한 연간 분담금 400% 증액은 이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자 분석 기사에서 이를 "지난 70년간 미국 외교정책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데 올해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따라 8억9300만달러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한국 국방부 예산의 20% 정도에 해당한다고 WP는 설명했다. 

내년 한국과 일본에서의 미군 유지 비용은 각각 45억달러, 57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WP는 동맹국들이 그간 상당한 수준의 미군 주둔 유지 및 개발 비용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줬기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이상 막대한 분담금 인상 요구는 동맹국들의 기분만 상하게 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부자 나라'로 부르며 더 낼 수 있다고만 할 뿐 다른 구체적인 증액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같은날 플로리다주 선라이즈에서 진행한 선거 유세에서 그는 미국의 '세계 경찰' 타이틀을 "망상적인 글로벌 프로젝트"로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전 지도자들이 "우리 군을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들을 방어하는 데 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P는 미국의 터무니 없는 요구로 동맹국들이 미국과 동맹 신뢰도에 의문을 가질 수 있으며 자국 안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 예로 한국과 중국 간 군사 및 안보 관계 강화 합의 체결을 들었다. 

방위비 분담금 과잉 청구에 결국 미군이 철수해야 할 수 있는 상황까지 놓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최근 미군 철수에 대해 "들어 본 적 없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미군 철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불행 중 다행이지만 한일에 있어 미국이 요구하는 엄청난 분담금을 내는 것은 물론, 협상을 오래 지속하는 것은 부담이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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