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최근 숨진 채 발견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출신 검찰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두고 경찰과 검찰이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가져간 휴대전화를 되찾기 위해 역으로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특감반원 출신 검찰 수사관 A씨 사망 관련 수사를 위해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A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등 관련 자료 확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 서초경찰서 /뉴스핌DB |
현실적으로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더라도 받아들여질 확률은 희박하다. 영장청구권을 검찰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검토한 뒤 법원에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체계다.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더라도 검찰에서 반려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서초경찰서 압수수색으로 자존심을 구긴 경찰이 사실상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지난 2일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A씨의 휴대전화 등 유류품을 가져갔다. 경찰은 유류품을 토대로 A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던 상황이었다. A씨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당시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으로 알려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산하 특감반에서 근무했다. 지난 1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같은날 오후 3시쯤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의 서초서 압수수색 이후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을 향한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이 굳이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수사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었냐는 불만이다.
실제 검찰이 변사 사건을 수사 중인 관할 경찰서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경찰 수사에 별다른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사건의 증거물을 압수해 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압수수색 당시는 A씨에 대한 부검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검찰이 A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우려해 갑작스럽게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이 경찰을 망신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압수수색이라는 방식을 골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치 경찰이 부정한 일을 모의하거나 경찰의 수사력이 부실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검찰은 "A씨 사망 경위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진상을 한 점 의문 없이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압수수색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청와대와 경찰청 사이 하명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입장에서는 경찰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경은 A씨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는 과정에서도 충돌을 빚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 '참관'까지는 가능하겠지만, 압수수색 영장 없이는 결과 공유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은 "사망 사건 수사를 위해서는 경찰이 포렌식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찰 내부에서는 '이제는 검찰에게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는 상황이다. A씨 휴대전화 사태를 계기로 검경 간 갈등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던 차원에서 본격적인 충돌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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