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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방위비 2조까지 인상 불가피...대신 원자력협정 개정 받아내야"

기사등록 : 2019-12-0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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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세계 경찰 역할 포기‧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
"미사일 지침‧원자력협정 개정 요구하고 자주국방 장치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한‧미 양국이 2020년부터 적용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고 한국은 반대급부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받아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측은 지난 3~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1차 SMA 체결을 위한 4차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지난 회의들과 마찬가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보 한국 방위비 협상 대표 [뉴스핌 DB]

미국은 현행 방위비 분담금인 1조 389억원보다 5배가량 많은 50억달러(약 5조 8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현행 SMA(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군사건설비‧군수지원비)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측이 지난 3차 협상 때 전년(2019년) 대비 4%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이 거절했다는 설도 제기된다.

협상 대상인 제11차 SMA는 당장 내년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연내 협정이 타결이 돼야 하고 미국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 측은 최악의 경우 연내 미타결을 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지나치게 미국에 내 주는 것 보다는 (미타결 상태로) 내년까지 끌고 가는 게 낫다"며 "내년에 미‧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시작되니 먼저 매를 맞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의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고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 동맹국 전반을 향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는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신 미국으로부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업그레이드),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 등 반대급부를 얻어내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규모 추이 [자료=국방부, e-나라지표]

◆ 박원곤 "1조5000억~2조까지는 인상 불가피"‧김현욱 "지난해 정도는 올려야 할 것"
    전문가들 "방위비 협상 카드로 '韓 자주국방' 장치 美에 요구해야"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번에 최소 50%에서 100% 인상은 불가피하다. 즉 1조5000억에서 2조까지는 올려야 할 것"이라며 "주한미군 주둔비용에서 인건비를 빼면 20억 달러 정도인데, 20억 달러를 우리가 모두 부담한다고 할 때 그 정도 인상분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어느 정도 미국의 (요구)수준을 맞춰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 인상한 정도가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상률이 두배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대신 전문가들은 한‧미 원자력협정 업그레이드, 원자력 추진 잠수함 허용,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 미국과의 핵 공유 등을 미국에 '역청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플로리다 주(州) 마이애미 인근 선라이즈에서 열린 유세에서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지 전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찰 역할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점을 역이용해서 한국이 방위비를 '어느 정도' 인상해 주되,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는 대가로 한국의 자주 국방을 위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합의를 하면 된다고 말한다.

김현욱 교수는 "트럼프 정부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이 많이 내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빼겠다, 자주국방 알아서 해라, 이 이야기인데 그 반대 논리로 '자주 국방을 할 테니 (각종 제한 사항을) 풀어 달라'는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우리나라도 고체연료 미사일을 개발할 수는 있으나 한‧미 미사일 지침 상 사거리 800km 이하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사거리 제한을 풀어서 그 이상으로 비행할 수 있는 미사일을 우리도 개발할 수 있도록 미국에 요구하는 방안이다.

혹은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및 운용과 관련해 미국과 합의하는 방안도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원자력추진잠수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현재 내부에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지만,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만 저농축할 수 있게 돼 있어서 핵을 원료로 잠수함을 운용하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에 실제로 건조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만들더라도 군사적 목적으로는 운용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때문에 군 내부에서는 "원자력추진잠수함을 만들게 된다면 반드시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위비 협상의 카드로 원자력추진잠수함 문제를 꺼내 난관을 돌파하자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서명식에서 협정서를 교환하고 있다. mironj19@newspim.com

이와 함께 플루토늄 등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권리를 얻어 한국의 핵연료 처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부분도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권한이 없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일본은 1968년 체결된 미‧일 원자력 협정에 따라 이 권한을 갖고 있다. 즉 방위비 협상 카드로 원자력 협정 개정을 추진해서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얻자는 이야기다. 한국은 2020년경 사용 후 핵연료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 권한이 꼭 필요하다.

'확장억제 보장 방안'을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대해 제3국이 핵공격을 위협하거나 핵능력을 과시하려 들 때 미국의 억제력을 이들 국가에 확장하여 제공하는 것을 말하는데, 한‧미 동맹의 안정성을 위해 이를 방위비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박원곤 교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이뤄지면 우리에게는 핵억지능력이 전혀 없게 되는데, 그 대비 방안"이라며 "한‧미가 확장억제에 관해 같이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하자고 미국에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사일지침 개정, 원자력협정개정, 확장억제 보장 방안 등을 민주당이라든지 미국의 전통적 외교안보라인들은 안 받아들일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워낙 파격적이고 틀에 박히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며 "어렵겠지만 불가능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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