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사회

의견 수렴 한다더니...갈등만 키운 서울교육청 이중언어특구 포럼

기사등록 : 2019-12-05 15:35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지난 2일 선주민-이주민 동반 성장을 위한 지원방안 포럼 개최
포럼 후 거세진 오히려 지역 주민과 학부모 반발...청원 이어져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남부3구(구로‧금천‧영등포) 이중언어교육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개최한 공청회(포럼)가 오히려 학부모와 지역 주민의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무시하는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의도적으로 생략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주무부서인 민주시민생활교육과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 청원까지 등장, 후폭풍이 거세다. 지역 혼란이 커진 만큼 이중언어교육을 직접 언급해 이번 논란을 야기한 조희연 교육감이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울시교육청 시민 청원 게시판에 '영등포, 구로, 금천구의 이중언어특구 지정 결사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 차인영씨는 5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주민 의견 수렴이라는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입맛에 맞는 포럼이었다"고 비판했다.

◆부정여론 외면한 포럼, 지역 주민들 "하는 줄도 몰랐다"

차씨는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학교의 운영위원장으로 남부 3구 다문화 정책의 당사자다. 그가 올린 이중언어특구 지정 반대 청원이 최근 1만명을 돌파해 조 교육감이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일 오후 3시 30분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지역 주민, 학교, 자치구,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선주민-이주민 학생의 동반 성장을 위한 통합 지원방안 포럼'이다.

이번 포럼은 조 교육감의 "남부 3구의 학생들은 이중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발언에서 비롯된 '중국화' 오해 등을 바로 잡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포럼 개최 이후 되레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학부모들과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더 거세졌다. 먼저 서울시교육청이 포럼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포럼 당시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는 이중언어교육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민 의견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아래 사진 참고). 하지만 포럼에 참석한 시민들에 따르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온라인 설문에 대한 논의가 생략됐다. 

직접 포럼에 참가했던 차씨는 "반대 여론이 많으니 온라인 설문을 종합토론에서 다루지 않았다"며 "현장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에 전혀 맞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준비한 온라인 설문 일부 캡쳐.

◆학부모들 "말 바꾼 조희연,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직장맘‧대디가 참여하기 어려운 평일 시간대(오후 3시30분) 진행한데다 실제 현장을 전혀 모르는 내용 일색이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구로구 주민 문모씨는 "직장에 다니고 있어 온라인 설문에 반대 의견을 냈다"며 "왜 남부 3구에만 이중언어교육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중국 다문화 학생이 많으면 그들이 한국화 되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도 "포럼 소식을 너무 늦게 알았고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가지 못 했다"며 "맞벌이 부부도 많고 요샌 아빠들도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주말도 아니고 평일 오후 3시 30분에 급하게 포럼을 열어서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주민 의견을 수렴해 갈등을 해소한다던 포럼이 서울시교육청 입장만 설명한 일방적인 자리로 끝나자 남부 3구에서 다시 집단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시민 청원 게시판 일부 캡쳐.

당장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장의 사과를 요구합니다' '서울시 3구 2중언어 특구를 반대합니다' '구로, 금천, 영등포 이중언어 교육 시도 당장 중단하라' 등 시민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특히 갈등을 야기한 조 교육감이 공식석상에서 해명하지 않아 논란을 더욱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전모씨는 "이중언어특구 지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서울시교육청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지난달 1일 조 교육감을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남부 3구 중국어 교육을 하겠다고 결정하지 않았다며 오해라고 하더니 짜여진 각본 같은 포럼을 운영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자꾸 입장을 번복해 도덕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구체적인 구상도 없이 쉽게 툭 내뱉은 것도 화가 나지만 말에 대한 책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청원 마감 이후 답변이 올라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사항에 대하서는 잘 모른다. 담당 과에 문의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포럼을 준비한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측은 "급하게 준비한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만 이번 포럼은 첫 단계고 앞으로도 지역 주민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할 것"이라며 "청원은 13일까지가 답변 마감 기한이기 때문에 다음 주 안에는 답변이 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mkim@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