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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北 당국자들 연이은 강경발언, 美 셈법 바꾸라는 압박"

기사등록 : 2019-12-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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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무력도발하거나 1월 1일 되자마자 '새로운 길' 걷겠단 것 아냐"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북한 당국자들의 대미 강경 발언이 연달아 발표되고 있다. 그간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거듭 강조해 온 연말이 다가오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5일 늦은 밤 노동당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필요 시 군사력 사용' 발언에 대한 반격 차원의 담화였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 로이터 뉴스핌]

최 부상은 담화에서 "실언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도발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최대로 예민한 시기 부적절하게 내뱉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감을 자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력사용과 비유호칭이 다시 등장하는가를 지켜볼 것"이라며 "만약 그러한 표현들이 다시 등장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계산된 도발이었다는 것이 재확인될 경우 우리 역시 미국에 대한 맞대응 폭언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美 "필요 시 군사력 사용" vs 北 "美 무력 사용 시 신속 대응"

북한의 이같은 강경 입장은 이날 발표된 것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며칠 간 연달아 발표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일에도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지만 미국은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대화 타령만 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해서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일각에서 '그동안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강조해 온 연말까지 미국 측에서 만족할 만한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는다면 또 다시 무력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나의 관계는 정말 좋다"면서도 "우리는 어느 때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사용할 필요가 없길 바라지만 그래야 한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 직접 언급은 북한을 강하게 자극한 듯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명의로 성명을 발표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박 총참모장은 성명에서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 행동을 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다음 날인 5일 저녁 담화를 발표해 "만일 무력사용 표현들이 다시 등장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계산된 도발이었다는 것이 재확인될 경우 우리 역시 미국에 대한 맞대응 폭언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연말 즈음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 미국에 전면전을 선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북한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바로 무력 도발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김동엽 "美 먼저 '군사력' 언급하니 맞대응하는 것 뿐"
    정대진 "北, 진짜 판 깰 생각은 없어…美에 셈법 바꾸라고 압박하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이은 강경 입장 표명을 '무력 도발 가능성'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말을 앞두고 미국이 셈법을 바꾸고 만족할 만한 상응조치를 내놓도록 압박하는 경고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당국자들의 성명을 두고 군사적 행동 예고라고 생각하는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며 "미국이 먼저 '군사력' 이야기를 하니 맞받아치고 '우리도 못 참는다'라고 경고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렇게 맞받아치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미국에 기죽는 것 같고, 한 발 물러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더 그러는 것"이라며 "나중에 미국과 협상에 나섰을 때 우습게 보이지 않기 위해 기 싸움 측면에서 강경 입장을 연일 내놓는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도 "4월부터 자신들이 이야기했던 연말 시한이 다가오니 미국에 '조건(셈법) 바꿔서 대화하자'고 촉구하는 수준"이라며 "전략적 도발(무력 도발) 가능성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물론 ICBM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는 있겠지만 진짜 판을 깨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기껏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지(모라토리움)를 깨겠다'는 것 정도일 것"이라며 "연말 시한이 지나고 곧 바로 1월 1일이 됐을 때 바로 '새로운 길'을 걷고 이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북한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의 의미도 꼭 무력 도발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엽 교수는 "아직 선물이 무엇일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미국에 '선택 잘 해서 좋은 선물을 받으라'고 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거기에 맞춰서 좋지 않은 선물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인데 꼭 그것이 무력 도발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대진 교수는 "북한이 12월 하순에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겠다고 했는데 날짜를 명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아직도 북한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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