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민지현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별에 따라 식당과 카페 등의 출입구와 자리를 분리하는 규정이 폐지된다고 9일(현지시간) 미국 CNBC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여성들이 식당에 갈 때 따로 분리된 출입구를 통해 입장하거나 분할된 격벽 뒤에 착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 남녀 동석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카페 내부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금까지 사우디의 대다수 식당은 별도의 출입구로 여성을 분리하고 식당 내에서도 여성과 가족, 독신 남성을 따로 배치하는 등 엄격한 분리 정책을 취해왔다. 스타벅스나 KFC와 같은 체인점에서도 칸막이를 통해 남녀를 분리했고 칸막이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한 작은 카페에서는 여성들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사우디 주요 도시에서는 점점 더 많은 식당이 이같은 제한을 없애고 남성과 여성의 동석을 허용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국가 경제구조 개혁을 위해 추진 중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인구가 급증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사우디에서 2년간 석유 기술자로 생활하다 지난 2016년 떠난 스웨덴 국적의 한 남성은 "이는 엄청난 뉴스"라고 말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적인 가정들은 여전히 분리를 강요할 것이지만 그래도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전했다.
최근 사우디는 극도로 보수적인 사우디 사회를 개방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해 여성의 운전면허 취득을 허용했으며 지난 10월에는 관광 목적의 비자 발급을 시작했다. 여성들은 남성 보호자(아버지나 남자 형제, 남편)의 허락 없이도 해외로 출국하는 것이 허용됐으며 외국인 관광객에게 적용됐던 '아바야(abaya)' 착용 의무도 사라졌다.
사우디의 24세 청년 바데 빈 무함마드는 "이번 결정은 아주 적절한 시기에 이뤄졌다"며 "비전 2030과 함께하는 새로운 세대들은 이미 열린 마음을 갖고 있고 이 같은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