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말을 앞두고 미국 금융권이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초단기 자금시장인 레포(환매조건부채권매매) 시장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자 채권 인수자부터 국채 딜러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손에 넣으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9월 레포 금리가 10%를 뚫고 오르며 자금시장을 패닉에 빠뜨린 이후 연방준비제도(Fed)가 레포 거래를 통해 35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공급했지만 최근 금리가 4% 선에 육박하는 등 안정을 되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9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연준이 실시한 250억달러 규모의 단기 대출에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홍수를 이뤘다.
이날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단기물 국채와 우량 자산을 담보물로 단기 자금을 제공하자 두 배에 가까운 금융권 수요가 몰렸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주에도 벌어졌다.
이와 별도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말을 앞두고 월가 금융업계가 현금 확보에 비상 사태를 연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있지만 단기 자금 조달 비용이 들썩이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9월과 흡사한 레포 금리 발작이 재연될 경우 채권 인수와 국채 입찰, 이 밖에 주식과 외환 거래까지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연준이 이른바 양적완화(QE)를 종료하고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선 데 따라 은행권 초과 지준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자금시장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헤지펀드의 투기적 거래가 레포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JP모간은 대형 투자은행(IB)의 대차대조표가 위축, 연말 자금시장의 유동성 마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TD증권의 제너디 골드버그 국채 전략가는 WSJ과 인터뷰에서 "연준이 자금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면적으로 나섰지만 비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는 연준이 연말을 앞두고 레포 거래를 통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법인세 납부 시한까지 맞물려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금시장 상황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는 상이하다. 11년 전 극심한 유동성 경색과 금리 폭등이 발생했던 것은 담보물에 대한 시장 신뢰가 무너진 데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9월 이후 이어지는 시장 불안감 역시 커다란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부에서는 레포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과 금리 상승 리스크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의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 혼란을 근본적으로 진화하기 어렵고, 구조적인 요인에 대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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