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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 퇴직연금①] "금융회사, 사업자 선정 후 수익률 나몰라라"

기사등록 : 2019-12-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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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15년 2.15%→18년 1.01% '반토막'
"금융사 수수료 이익..계약유치 경쟁만 치열"
전문가 "퇴직연금 구조 실패요인, 기금형으로 가야"

[편집자]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 머물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 예금보다 못한 수익률에 가장 불만이 큽니다. 정부가 14년 만에 나섰습니다. 핵심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와 디폴트옵션 도입입니다. 아직 국회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도 뒤늦게 수수료를 낮추는 등 가입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수익률이 높다면 수수료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겁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노후보장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퇴직연금을 들여다봅니다.

[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3년차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은행에서 보낸 '퇴직연금 운용현황보고서' 메일을 보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확정기여형(DC형)인 퇴직연금 수익률은 겨우 1%대였다. 이씨는 "가입 당시 DB·DC형에 대한 설명은 없었고, 회사 방침에 따라 지정 은행에서 가입했다"며 "주변에도 퇴직연금 상품을 알아보고 가입한다기보다 의무적으로 계좌만 만든다"고 전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본시장연구원]

퇴직연금 수익률이 몇 년째 1%대 머물면서 직장인들의 불만이 높다. 가입자에게 선택권은 거의 없는 반면, 회사와 금융사는 수익률을 '나 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 이후 노후를 걱정하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달라는 목소리도 거세다.  

우리나라는 노후 생활을 위해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중 연금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3개 연금의 연평균 수익률(2017년 기준)은 각각 7.3%, 1.9%, 3.7%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가장 낮다.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수익률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퇴직연금 수익률은 하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2015년 2.15%에서 2016년 1.6%, 2017년 1.9%, 지난해 1.0%로 떨어졌다. 특히 작년에는 간신히 1%를 넘기면서 은행 예금 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원인으로 △원리금보장상품 위주 투자 △계약형 제도에 따른 퇴직연금 유치 경쟁 △가입자 무관심 등이 꼽힌다. 

현재 퇴직연금 전체 규모는 190조원을 넘어섰는데 원리금보장상품 투자 비율이 90%에 달한다. 170조원 이상이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들어가 있다. 주식·채권·대체자산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은 10%가 채되지 않는다. 

주식 투자 비중은 전체 3% 정도로 선진국 퇴직연금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호주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47%에 달한다. 미국 43%, 캐나다 38%, 영국 32%, 네덜란드 31% 등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퇴직연금 자산에서 채권 비중이 52%로 가장 많고, 현금 보유도 44%로 높았다. 

최근 해외 연기금들은 주식 비중을 낮추고,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는 여전히 안전자산 투자에 치중하면서 제자리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객 수익률 불만에 금융사 수수료 인하...근본 해결책은 기금형 도입"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사업자로 지정되면 수익률과 무관하게 수수료를 받는다. 주기적으로 적립금이 들어오고 수수료도 매년 더 많이 챙길 수 있다.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 하에서 계약에만 열을 올리는 이유다. 무리해서 수익률을 올릴 이유도 없다. 

예를 들어 한 증권사의 연간 퇴직연금 수수료가 0.5%인 경우 적립금이 10억원 들어오면 수수료는 500만원이다. 퇴직연금 계약 유치를 통해 별다른 운용없이 연간 500만원을 챙기는 셈이다. 적립금은 매년 늘어나기 때문에 수수료도 매년 증가한다. 최근 금융사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0.5%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 퇴직연금 관리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금융사와 한번 퇴직연금 계약을 맺고 나면 변경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계약 이후 관리에 소홀한 게 사실"이라며 "주기적으로 상품 설명을 하거나, 운용 상황을 요구할 때 설명해주는 담당자조차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계약형이 아닌 기금형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업과 금융회사간 계약으로 운용하는 방식이 아닌, 기업·근로자·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한 수탁법인을 설립해 적립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수익률 향상에 초점을 맞출 수 있고 직원수가 적은 중소기업들은 공동으로 수탁법인을 설립해 함께 운용할 수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계약형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송 연구위원은 "현재 퇴직연금 구조는 연금 사업자인 기업에 수탁자로서 책무를 엄격하게 부여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서 기금형 지배구조 도입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따라 퇴직연금 개편안을 내놓았다. 기금형 제도와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도) 등 해외 추세를 반영했다. 그러나 제도 개편을 위한 법안들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로선 통과 시점이 불분명하다. 14년 만에 이뤄지는 퇴직연금 개편이 다시 무산될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담은 퇴직연금 개편안이 연내 통과되지 못해 씁쓸하다"면서 "국가 미래와 국민 노후자산 준비를 고려한다면 당국과 정치권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 용어설명

△기금형 퇴직연금: 퇴직연금을 특정 연금 사업자에 모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전문 위탁기관과 계약을 맺고 운용하는 방식이다. 근로자·사측·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수탁법인이사회)를 설립해 운용 방향 등을 결정하도록 한다.

△디폴트옵션: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등록된 자산배분형 적립금 운용방법으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bom22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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