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법원이 정경심(57·구속)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사건 공소장 변경 불허와 관련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선 재판장을 고발하는 등 일련의 정치적 행위들이 선을 넘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3일 "해당 재판부(형사25부)는 공소장 변경 요건인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관해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 결정한 것 뿐"이라고 법원 차원의 입장문을 냈다.
이어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합리적 비판은 가능하지만, 일부 언론 등에 게재된 바와 같이 재판장이 해당 사건의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있다거나 그간 판결한 사건 중 소수의 사건만을 들어 이념적으로 편향됐다고 하는 것은 판사 개인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자 재판 독립 훼손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이 같은 이례적인 입장 표명은 전직 부장판사가 재판부를 겨냥해 "중대한 위법"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시민단체가 재판부를 검찰에 고발까지 하는 등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정운의 강성민 변호사는 "공소장 변경 불허는 재판절차를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거나 그럴 소지는 없다"며 "(시민단체가) 정치적인 이유로 고발한 것 같고, 법원도 정경심 교수 재판이 정치문제화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껴 입장문을 발표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 차원에서 재판이 진행중인 사항에 대해 입장문을 낸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재판장 고발 등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관계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정경심 교수 입시비리 사건-송인권 판사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13 mironj19@newspim.com |
앞서 전직 부장판사 출신인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정경심 피고인의 담당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 판사가 표창장 위조에 관한 검찰의 공소장변경 신청을 불허했는데 이는 중대하게 위법하다"며 "검찰 기소가 잘못되기라도 한 것처럼 재판부가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판부가) 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하려고 작심했다"며 "송 부장판사처럼 편파적인 판사에 대해 검찰이 기피신청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사법부의 어두운 역사로 남길 필요가 있다"고까지 했다.
또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재판장인 송 부장판사를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이종배 법세련 대표는 "송 부장판사는 처음부터 '정경심 무죄'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정치재판을 하고 있다"며 "무죄가 선고돼 입시비리에 면죄부를 준다면 피땀 흘려 공부한 우리 아이들의 정당한 노력을 유린하는 것이니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밝혔다.
만약 검찰이 관련 고발건과 관련 수사에 착수할 경우 서울중앙지검과 대립하고 있는 재판장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조사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강성민 변호사는 "재판과정 중에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고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며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불허해 고발로 이어졌고 검찰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법원 입장에선 매우 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음 법률사무소의 장희진 변호사도 "이번 고발건이 (판결에 대한) 문제제기라기 보단 다소 정치적인 이유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앞서 정 교수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첫 번째 기소 사건 공소장 변경신청을 불허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종전 공소사실과 변동된 공소사실을 비교해본 결과 공범, 범행일시·장소·방법, 행사목적 모두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존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비춰볼 때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9월 정 교수를 처음 기소할 당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 시점을 2012년 9월 7일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하지만 추가 기소한 공소장에는 2013년 6월이라고 기재했고, 범행 장소도 동양대학교에서 정 교수의 주거지로 달리 기재했다. 재판부는 두 사건의 일시와 장소 등이 달라 같은 사건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하나의 문서(동양대 표창장)를 위조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며 "동일하고 역사적으로 단일한 기본 사실을 전제로 범행일시·장소·동기·방법 등 부수적 사실만 변경했음에도 이를 허가하지 않은 재판부 결정은 부당하다"고 크게 반발했다. 이에 재판장은 "검사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느냐. 계속 말씀하시면 퇴정요청하겠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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