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대형 포털사의 플랫폼 제도에 대항하기 위해 거래거절 등 집단행동을 주도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해당 단체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정보서비스 플랫폼 '한방' 외에 경쟁사업자인 네이버의 중개매물 광고거래를 집단 거절토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단체금지행위를 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대해 시정명령을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중개사협회는 개업공인중개사의 약 95%(약 10만명)가 가입된 독점적 지위의 사업자단체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정보서비스 플랫폼 사업자에게 중개매물 정보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사건을 보면 부동산정보서비스 플랫폼 시장의 경쟁사업자인 네이버는 2017년 11월 15일 '우수활동중개사 제도'를 시행하면서 부동산중개업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이들은 경쟁심화와 광고비 증가 등의 우려를 제기한 것.
우수활동중개사 제도는 소비자 불만을 유발하는 허위 중개매물 광고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매물진정성 및 거래완료 처리여부 등을 평가해 공인중개사에게 등급별 마크가 부여되는 식이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측은 의뢰받은 중개매물의 거래상대방을 유치하기 위해 소비자가 많이 찾는 부동산정보서비스 플랫폼 사업자에게 광고비를 지불, 중개매물 정보를 등록하는 우려를 표했다.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중개사협회가 '대형포털 등 매물 셧다운 캠페인'에 사용한 스티커 및 포스터. [출처=공정거래위원회] 2019.12.15 judi@newspim.com |
중개사협회의 일부 지부(회)는 네이버 등의 플랫폼에 중개매물 광고를 집단적으로 삭제했다. 신규 광고등록을 중단하는 일명 '셧다운 캠페인'도 진행됐다. 중개사협회와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을 사자, 네이버는 2017년 12월 13일 해당 제도 시행을 철회했다.
문제는 이들의 집단적 거래거절 배경에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개사협회는 당시 일부 구성사업자들의 반발로 조성된 네이버 등에 대한 거래거절 분위기가 '한방'의 활성화, 나아가 전국단일정보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최상의 적절한 기회라고 판단했다.
'한방'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부동산정보서비스 플랫폼이다.
중개사협회는 2017년 12월 27일 제448차 이사회를 통해 모든 구성사업자가 '한방'을 제외한 경쟁 플랫폼에 대해 집단적 중개매물 광고거래를 전면 거절하는 '대형포털 등 매물 셧다운 캠페인'을 결정했다.
이후 2017년 12월 28일 전국 친목회장 간담회와 2018년 1월 12일 지회장 간담회 등에서는 모든 구성사업자들이 경쟁 플랫폼과의 거래거절에 동참하는 세부방안을 마련했다.
중개사협회는 일부 지부(회)가 개별적으로 실시한 '셧다운 캠페인'의 세부 실천사례를 다른 지부에서도 참고하도록 전달했다. 더욱이 일부 지부(회)에는 상당한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집단행동으로 네이버의 2018년 2월 기준 중개매물 정보 건수는 2017년 12월 대비 약 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방'의 앱은 약 157%, 포털은 약 29% 증가했다.
육성권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총괄과장은 "구성사업자들을 동원한 중개사협회의 집단적 거래거절 행위로 부동산정보서비스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 플랫폼의 사업활동이 부당하게 방해되는 등 사업자 간 자유로운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육 과장은 이어 "경쟁 플랫폼뿐만 아니라, 당시 부동산 중개매물 정보를 찾아보고자 하는 모든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됐다"며 "부동산정보서비스 플랫폼 시장에서 '한방'이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경쟁제한적 목적만을 위한 것일 뿐, 효율성 증진효과 등 어떠한 정당화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부동산정보서비스 플랫폼 시장의 구조 [출처=공정거래위원회] 2019.12.15 judi@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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