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장기간의 저금리에 시중 자금이 와인 시장에 밀려들고 있다.
수 년전 투자자들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투자 열기가 식었던 와인 시장이 고수익률을 노리는 자금으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 와인 산지의 포도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탈리아의 이른바 '수퍼 투스칸'이 가파른 가격 상승을 연출하자 펀드 투자자는 물론이고 사모펀드 업계까지 베팅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온라인 와인 거래 업체인 리브엑스의 운용 자산은 최근 6500만파운드에 달했다. 약 3년 전 4000만파운드에서 급증한 수치다.
런던에서 사모펀드 업계를 대상으로 와인을 거래하는 컬트 와인스의 자산 역시 2016년 3300만파운드에서 올해 1억2100만파운드로 급증했다.
와인 투자는 2000년대 후반 열풍을 일으켰지만 2015년까지 4~5년에 걸쳐 '팔자'가 쏟아지면서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발을 뺐다.
한 때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 펀드였던 노블스 크루는 지난 2013년 와인 가격 급락에 투자 자금을 상환하지 못한 채 청산됐다.
올들어 와인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것은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월가의 분석이다.
미술품부터 빈티지 카, 블록체인까지 대체 자산에 몰렸던 자금이 고수익률을 찾아 수 년간 외면 당했던 와인 시장까지 확산됐다는 얘기다.
금융 자산의 고공행진과 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상관관계가 낮은 와인으로 자금이 몰리는 배경에 해당한다.
뉴욕증시는 1단계 무역 합의 이후 연일 최고치를 기록, 연초 이후 27%에 달하는 상승 기록을 세웠고 미국 정크본드 역시 14%의 고수익률을 나타냈다.
컬트 와인스의 톰 기어링 공동 창업자는 FT와 인터뷰에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금리가 비전통적인 자산시장으로 투자자들을 내몰고 있다"며 "주요 금융자산과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는 점도 와인이 갖는 투자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와인 가격이 올들어 상승 탄력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치의 20%에 불과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다.
투자 기법도 다양해졌다.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와인 거래를 중개하는 리젠트 스트이트의 그레고리 스워트버그 대표는 전통적인 매수 후 보유 전략을 버리고 단기 거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업체의 자산 규모는 최근 몇 년간 큰 폭으로 증가, 1000만파운드를 넘어섰다. 투자 전략 변경 이외에 주요 산지의 와인을 평가하는 데 보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접목한 결과다.
새로운 와인과 빈티지 와인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아비트라지 기법으로 그는 연 평균 9%의 수익률을 창출했다.
와인 투자 열기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투자자도 없지 않다. 유동성이 지극히 낮은 데다 변동성이 높은 틈새 시장인 만큼 예기치 않은 가격 급변동에 따른 손실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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