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방송에서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에 대해 '종북(從北)세력'이라고 표현한 것은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민언련이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 조영환 종북좌익척결단 공동대표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정정보도 및 2000만원 손해배상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2019.01.22 leehs@newspim.com |
대법은 "피고의 발언은 원고가 그동안 취해 온 행보나 정치적 입장 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기 보다는 의견의 표명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런데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정정보도를 명한 원심은 명예훼손과 사실 적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채널A의 한 프로그램인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지난 2013년 5월 6일 '긴급진단 종북세력 5인방'이라는 문구와 함께 민언련을 종북단체로 지칭했다.
또 당시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조 대표는 "민언련은 주로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파괴, 국가보안법 철폐 등 우리나라 안보를 해치는 일련의 선전·선동을 줄기차게 해왔다"며 "국민으로서 종북세력의 선전·선동 수단이 아니었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민언련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채널A와 조 대표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민언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를 지칭해 '종북세력'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적이 없다"면서 "방송에서 적시된 사실이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할 정도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허위사실에 인한 명예훼손을 인정, 피고들에게 정정보도와 함께 총 20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가 방송에서 '종북세력'이라고 말하며 근거로 제시한 사실은 원고의 주장 취지나 의미를 제대로 나타내지 않는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사실에 불과할 뿐"이라며 "피고의 발언은 허위사실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대법은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기존 전원합의체 취지를 근거로 원심 판결을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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