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 설치를 법으로 명시해 검찰에서 독립된 조직이 대통령, 국회의원, 판검사 등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 역시 공수처의 수사와 기소대상이 되면서 검찰 독점권력에 제동을 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검찰이 공수처법 일부 조항에 대해 '독소조항'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공수처 설치까지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국회 본회의장. 2019.12.24 leehs@newspim.com |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공수처 설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수처는 이르면 내년 7월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이 추진돼왔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공무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다.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되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을 갖는다.
최종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기소 판단에 대해 심의하는 기소심의위원회는 별도로 두지 않는다. 또 공수처장은 추천위의 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택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공수처장 임기는 3년이다.
특히 이번 수정안에선 공수처 이외의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를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하는 조항이 새로 추가됐다.
공수처가 검찰 등에 대한 수사·기소권을 갖게 되면서 검찰의 독점 권력에 상당 부분 견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경찰의 내부 수사에 대해선 잇따라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등 검찰 내부에서도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현직 검사인 임은정 울신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10월 경찰이 청구한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서울중앙지검이 기각하자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대한민국 법률이 검찰 공화국 성벽을 넘어설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어 "검찰의 이중잣대가 햇살 아래 드러나고 있으니 이제 비로소 바로 잡힐 것"이라며 "막중한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없는 검찰의 민낯이 드러나는 이때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수처 법안 등 검찰개혁 입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될수록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같은 게 이뤄져야 한다"며 "검찰이 잘못했을 경우 지금 검찰의 잘못을 제대로 물을 만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데 검찰이 잘못했을 때 책임을 물을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에서 우리 검찰만큼 많은 권한을 집중력으로 가지고 있는 기관이 없고 검찰이 무소불위기구라고 인식이 돼 있다"며 "공수처 적용대상이 판검사로까지 넓혀졌기 때문에 검찰의 비리를 추궁할 수 있는 장치로서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공수처의 기소권을 견제할 장치로 거론되던 기소심의위원회를 두지 않기로 하면서 공수처의 무소불위 권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선 지난 4월 공수처 법안 발의 당시에도 또 다른 무소불위 권력이 될 것, 기소독점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한국판 게슈타포가 될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검찰은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를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한 24조 2항을 '독소조항'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공식입장을 내고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단일한 반부패기구일 뿐 검찰과 경찰의 상급 기관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수사 내용을 사전보고하면 과잉수사를 하거나 뭉개기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나 청와대에도 수사 착수를 사전에 보고하지 않는데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수처 법안 통과 이후에도 국회와 법무부, 검찰 간 수사 중립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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