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 흐름을 탈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4분기 엔화가 하락 압박을 받았지만 1월 반전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트레이더들은 엔고를 겨냥한 포지션 구축에 분주한 움직임이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 타결에 따라 안전자산 수요가 위축됐지만 연초 달러화 하락 요인이 불거지면서 엔화를 밀어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화는 4분기 달러화에 대해 1% 가량 후퇴했다. 이에 따라 달러/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통하는 110엔에 바짝 근접한 상황.
글로벌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내년 초 반전 가능성에 적극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른바 스몰딜 타결을 빌미로 한 하락 압박이 한풀 꺾일 가능성과 함께 연초 달러 '팔자'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의견이다.
이와 별도로 미즈호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엔화 순매도 선물 계약이 4만2062건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만9089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해마다 1월이면 트레이더와 기업들 사이에 달러화 매수보다 매도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보유한 달러화 물량을 축소하고 새로운 해외 투자 자산을 사들이는 계절적 효과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트레이더들이 음력 설 연휴를 앞두고 통상 달러화 포지션을 줄이면서 이른바 그린백을 누르기도 한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사이토 유지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2014년 이후 1월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하락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며 "이번에도 1월 효과에 예외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번지면서 트레이더들이 이미 엔고에 적극 베팅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도쿄 소재 리서치 업체인 가이타미닷컴의 간다 다쿠야 이사는 투자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달러화 매입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엔화의 급등락이 연초 또 한 차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배경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국 국채 수익률의 하락 전망도 달러화의 약세 및 엔화의 상승 탄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세 차례의 금리인하로 중기 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1.75%에서 동결할 입장을 제시한 데다 1단계 무역 합의 성사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미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아래로 향할 전망이다.
금리 하락은 달러화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미즈호는 앞으로 12개월간 달러/엔 환율이 101~111엔에서 등락한 뒤 내년 말 103엔까지 밀리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씨티그룹은 달러/엔 환율의 예상 범위를 105~110엔으로 제시한 한편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100엔 선을 테스트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엔화 등락의 구심점이 바뀌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기조를 근간으로 움직였던 엔화가 이보다 대외 리스크 요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미중 2단계 무역 협상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변수가 달러/엔을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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