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우리금융시장이 크게 충격을 받았다.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불가피한 데다,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주요국 금리인하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국방부가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사살하면서 중동발 리스크 오프가 심화됐다. 이어 5일에는 이라크 내 미국 대사관 인근에 로켓포가 떨어지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하고 사실상 핵합의 탈퇴까지 선언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4일 달러/원 환율은 9.0원 급등했고, 우리나라 10년물 국채금리도 8.6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6일 코스피지수는 0.85% 하락 출발했다.
[테헤란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이란 군부 실력자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에 사망한 이후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의 공격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020.01.03 gong@newspim.com |
중동 불확실성은 우리경제와 금융시장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파병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안전자산 선호는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채권 외환 등 금융시장에는 얼마나 영향을 줄 지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별로 의견이 분분하다.
신동준 KB증권 상무는 당분간 국제유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15%를 담당하고 있어,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는 10%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3일 브렌트유 가격은 3.6% 오른 배럴당 68.6달러를 기록했다. 신 상무는 달러/원 환율 역시 1180원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미국 내 정치적인 이유로 미-이란 군사 충돌이 심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다. 미국 내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경제 불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미-이란 사태가 최악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는 글로벌 시장에 간헐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설명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면 이란의 직접적인 교전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적 불안과 마찰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식시장은 차익실현 욕구가 빨라지고, 환율은 단기 상승 후 횡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이란 갈등이 지속할 경우 채권선호 심리가 확대되면서 미국 연준(Fed)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오석태 SG증권 전무는 "앞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가 어떻게 될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지 여부 등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가 한 달만 지속돼 미국 주가가 하락할 경우, 미 연준이 '보험성 금리인하' 주장을 버텨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과 유가의 경우, 어느 정도 상승하더라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이미 지난해 환율이 큰 폭으로 요동치기도 했다"며 "환율보다는 주가와 채권금리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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