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지난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올해 주총을 앞두고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왔던 KCGI(일명 강성부펀드)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으면서 3월 주총을 앞두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7일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항공업 위기, 한진그룹의 대응은?'이라는 제목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에 공식 영상을 내놓은 것이다.
신민석 부대표는 "지난해 11월 임원 인사를 통해 적극적 비용 관리, 수익성 낮은 사업에 대한 매각 등을 발표했지만, 지난해 2월 발표한 송현동 부지 매각은 아직 요원하다"며 "형식적인 지배구조 개선안만 발표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KCGI TV 유튜브 공식영상 [이미지=유튜브화면] 2020.01.07 bom224@newspim.com |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경영진들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3분기말 부채비율은 861%로 코스피200 상장사 중 1위를 기록했으며, 평균이 91.3%임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이 너무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신 부대표는 "한진그룹이 유휴자산 매각과 비수익성 사업을 정리한다면 충분히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이 가지고 있는 송현동 부지와 칼호텔이 가지고 있는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은 10년째 방치돼 있다"면서 "또 인천 율도의 3만평 부지, 제주도 정석비행장, 제동목장, 제주도 민속촌 등을 활용한다면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구조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KCGI는 한진칼 지분율 17.29%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진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KCGI는 지분을 기존 15.98%에서 1.31%를 추가로 취득했다.
오너가의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6.4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27% 등이다. 3남매의 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한진칼 2대주주인 KCGI는 오는 3월 주총을 앞두고 한진 경영진의 역할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한진그룹이 약속했던 '비전 2023'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국내 호텔의 효율성을 높여 부채비율을 395%로 낮추고 신용등급을 A+까지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진그룹 오너가 분쟁 속에서 KCGI가 우군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델타항공(10%) 외에 반도건설(6.28%)이 한진칼 지분을 늘리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 전까지 세력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합종연횡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와 KCGI가 손을 잡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면서 "새로운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반도건설 측이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판세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엔터테인먼트사에 대한 주주 행동주의 움직임도 관심이다. 지난해 KB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에 주주환원 배당성향 30%, 불필요한 사업 정상화, 라이크기획 합병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에스엠 측에서 거절하면서 특별한 성과가 없었다. 현재 KB자산운용의 에스엠 지분은 8.38%(지난 11월기준)이다.
이효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엔터테인먼트사의 섹터 모멘텀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에 속하지만, 주주 행동동주의 가능성에 기반을 두고 에스엠 자회사의 적자 축소 가능성이 기대되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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