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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철의 글로벌 워치] 트럼프가 '한발 물러선' 세가지 이유

기사등록 : 2020-01-09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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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이란에 대한 응징을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이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아마도 불균형적인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며 경고했었다. 

하지만 이란이 이를 무시하고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 공격에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사태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예고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응징에 나설 경우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며 이를 예의 주시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예상과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을 사실상 배제하고 이란 정권에 대한 강력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미사일은 더욱 크고, 정확하다"면서도 "우리가 위대한 군과 장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군사력 사용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인 힘이 최고의 억지력"이라며 돌연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연설 도중 이란에 대한 경고와 위협적인 언사가 이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점은 군사적 충돌보다는 비군사적인 압박과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데 찍혀 있었다. 그는  "미국은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평화를 끌어안을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회'는 크게 세 가지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백악관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분석한 결과, 미국인과 시설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이전에 이같은 기류를 전했다. 

이란 정부도 앞서 미국의 추가 응징이 없다면 사태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CNN 방송은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미국과 이란이 모종의 교감이 오갔을 것이란 관측도 소개했다. 

두번째는 미군이 이란과 확전 또는 전면전에 돌입할 준비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이라크내에 5000여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고, 중동 전역에도 8만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는 주둔군일 뿐 아직 이란과의 전쟁 준비를 갖추지는 못했다.   

미군은 앞서 수차례 중동전쟁을 개시할 때 인근 해역에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하고 다국적 연합군을 결성한 뒤 대규모 기습 공습을 통해 병력 피해를 최소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왼쪽)과 군 수뇌부가 배석한 가운데 이란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2020.01.08 kckim100@newspim.com [사진=로이터 뉴스핌]

현재 중동 지역 미군에 고도의 경계 태세 명령이 내려졌지만 전쟁 태세 전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마디로' 중동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이란과 전면전을 각오하기에는 아직 사전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는 얘기다. 

세 번째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이다. 트럼프 대통령측은 이란 사태를 통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면 대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란과의 확전은 자칫 수많은 사상자와 미국및 글로벌 경제에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강조했다. 미군이 쓸데 없이 해외에서 피 흘리고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론이다. 이란과의 엄청난 대가를 감수하고 전쟁을 치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장담했던 말을 뒤집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이같은 요인들을 놓고 숙고한 끝에 미사일 발사 버튼에서 손을 떼고 경제 제재 카드를 다시 집어 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차분하기 보다는 오히려 무기력해보일 정도였다.  

kckim1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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