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란이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블랙박스를 제작회사 보잉이나 미국 당국에 넘기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결국 유엔 기구의 미국 전문가를 통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8일(현지시각) 이륙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UIA) 소속 여객기 보잉 737-800기 참사 현장에서 이란 안보군과 적십자 직원들이 수습 작업에 나섰다. 2020.01.08 Nazanin Tabatabaee/WANA (West Asia News Agency) via REUTERS [사진=로이터 뉴스핌] |
9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난 지 수시간 후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이를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이번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 조사가 미궁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ICAO는 국제민간항공조약에 기초해 1947년 4월 발족한 기구로 항공산업 관련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고 기준과 지침을 결정한다. 기구는 특히 비행 사고 조사와 관련해 사고 발생 국가와 피해자 국가, 사고기 제조사 국가 간 중재 역할도 한다.
국제민간항공조약 부속조항 13조(Annex 13) 아래 항공기 사고는 통상 사고 현장에서 조사를 진행하게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사고 항공기 제조사나 주요 부품 제조사가 조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이에 소식통들은 이란이 사고 발생 후 ICAO에게 보고했다는 것은, 이란이 미국 전문가들의 도움에 개방되어 있다는 바를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수십 건의 항공기 추락 사고 조사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NTSB는 이메일을 통한 성명에서 이번 항공기 사고 조사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우크라항공 추락 사고기가 미국의 보잉 '737-800' 기종이고 항공기의 기술적 결함 여부를 조사하는 데 제조사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이란의 공개적인 거부다. 이란은 8일 사고 조사를 위해 우크라이나 등 관련 국가들과 협력하겠다고 발표한 한편, 현장에서 블랙박스들을 회수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보잉이나 미국에게는 블랙박스를 넘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추락 원인에 대한 조사에 완전한 협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주체에 협력을 요구한 것인지는 거론하지 않았지만 블랙박스 제공을 거부한 이란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블랙박스 제공을 거부하면서 일각에서는 단순 사고가 아닌 테러가 아니냐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항공기 엔진 결함으로 인한 화재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지목했는데, 전문가들은 항공기가 너무 갑작스럽게 추락했다는 점이 미심쩍다며 폭탄이나 미사일의 영향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사고가 이라크 내 미군 공군기지 공습 사건 당일 발생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내 미군 공군기지 두 곳을 미사일로 공습한 것은 현지시간으로 8일 새벽이다.
항공기 추락 소식은 그로부터 몇시간 후 오전에 들려왔다. 우크라이나항공 'PS 757'편은 이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이륙한지 10분도 안 돼 추락했다.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하고 있던 176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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