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연초부터 서울 주요 정비사업들이 시공사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강화 등 정비사업 규제로 사업성이 떨어져 무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전날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롯데건설이 단독으로 응찰하면서 유찰됐다. 이번 유찰은 지난해 10월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11월 열린 시공사 선정 입찰 현장설명회에는 롯데건설과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건설사가 참여해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롯데건설을 제외한 건설사 두 곳은 '사업성'을 이유로 발을 뺐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갈현1구역은 예상 공사비만 9000억원 규모로 강북 재개발 최대어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건설사로서 대규모 수주실적을 거둘 수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조합이 제시한 3.3㎡당 465만원의 공사비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에 비해 요구하는 마감재 수준이 너무 높아 사업성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GS건설 측도 발주 조건과 도급액 등을 검토했지지만 사업성면에서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강남 정비사업 사업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 한신21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낮은 공사비 등을 이유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서초구 방배삼익 재건축 조합도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건설사들은 낮은 공사비뿐만 아니라 수주를 따내는 과정에서 투입하는 영업비용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사업 수주를 따내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이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건설사가 있는 경우 후발주자 건설사들은 수십억 영업비용을 투입하면서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남 정비사업에서만 몇십억원 이상의 수주 영업비용이 투입된다"며 "그런데 한 건설사가 공들이면서 선점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비용을 투입해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고 수주 실패에 따른 매몰비용도 있어 섣불리 진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부터 차질을 빚으면서 주택 공급도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의 사전 영업 활동 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건설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조합원 환심을 사는 영업활동은 최소화하고 설계 부분에서 집중해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구도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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