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란 정부가 군이 실수로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를 격추한 것이라고 인정하자 지난 주말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현지 곳곳에서는 시위가 열렸다. 비록 시위 규모는 비교적 작았지만 지난 몇 달간 지속된 반정부 시위와 맞물려 정권 합법성(legitimacy)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8일(현지시각) 이륙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UIA) 소속 여객기 보잉 737-800기 참사 현장에 잔해가 널려 있다. 2020.01.08 Nazanin Tabatabaee/WANA (West Asia News Agency) via REUTERS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테헤란에서는 정부가 여객기 격추 실수를 인정하고 난 뒤 이틀째 시위가 벌어졌다. 대학가에는 수백명의 시위자들이 몰렸다.
IRNA통신에 따르면 서부 케르만샤를 비롯해 남서부 아바즈, 북부 라슈트, 중부 야즈드 등 전국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정부의 무능한 리더십과 거짓말을 규탄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8일 발생한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보잉 737-800기종 추락 사고와 관련해 '엔진 결함에 따른 사고'로 추정된다며,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고는 이란이 자국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한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미군 주둔 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몇 시간 뒤에 발생했다. 이에 이란의 격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란은 줄곧 이를 부인해왔다.
그러다 11일 군 당국은 의도치 않게 미사일을 발사해 여객기가 추락하게 된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여객기 추락사건으로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중에는 이란 국적인도 수십명 탑승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여객기 사고 전 이란에서는 경기불황과 민족간 갈등으로 촉발된 시위가 수개월간 지속되어 왔다. 영국 랜캐스터 대학의 알렘 살레 중동정치학 교수는 "이란 정부의 합법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시위는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란 지도부에 알린다.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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