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중동 긴장이 완화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수급 여건에 맞춰지는 사이 국제유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가 사살되면서 4개월여래 최고치로 치솟았던 유가는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을 피한 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느슨한 수급 여건에 주목했고, 겨울임에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난방유가 전반적으로 유가를 짓눌렀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1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1달러(1.6%) 하락한 배럴당 58.08달러에 거래되며 지난 12월 3일 이후 최저 종가를 기록했다.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도 78센트(1.2%) 내린 배럴당 64.20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지난 12월 3일 이후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으며, 종가가 50일 이평선 아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올겨울 난방유 수요가 기대에 못 미쳤고, 휘발유 마진이 축소되는 등 악화된 미국 정유시장 마진 상황도 가격에 부담이 됐다.
유가정보서비스(OPIS) 글로벌 에너지분석대표 톰 클로자는 "정유 업체들이 휘발유와 관련해 계속해서 손실을 보거나 본전에 머무른다면 유가가 더 오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주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일주일 동안 미국의 휘발유 재고는 910만 배럴이 급증, 4년래 최대 주간 증가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 휘발유 재고도 5년 평균보다 5% 정도 많았다.
같은 기간 디젤과 난방유를 포함한 정제유 재고는 530만 배럴이 늘어 예상 증가폭 390만 배럴을 넘어섰다.
정유사의 영업 마진을 뜻하는 미국 난방유 크랙스프레드는 이날 21.56달러로 약 5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즈호 에너지선물 담당이사 로버트 요거는 "겨울이 한창인데 난방유가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난방유 수요가 적어 원유 가격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15일 워싱턴에서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을 갖기로 한 미국과 중국은 아직까지도 최종 세부사항을 정리하지 못하며 뜸을 들이고 있다.
BNP파리바 글로벌 석유전략가 해리 칠링구리안은 "양측 합의가 이미 유가에 대부분 반영이 된 만큼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소식도 유가에 큰 호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