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중론이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국제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시에 따른 공습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피살된 이후 급등했던 유가가 안정을 찾는 모습이지만 커다란 잠재 악재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8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4% 떨어지며 배럴당 61.81달러에서 거래됐다.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 역시 장중 0.7% 가량 하락하며 배럴당 67.87달러를 나타냈다. 장 초반 71.75달러까지 치솟으며 9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적인 무력 충돌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이면서 반전을 이뤘다.
중동 전운을 빌미로 한 유가 급등에 제동이 걸렸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양국이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원유 시장에 교란이 발생할 위험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차단 여부다. 이 경우 원유 공급에 커다란 차질이 발생,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것.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프란치스코 블랑쉬 상품 파생 리서치 헤드는 투자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뛸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WTI의 76%가 이 해협을 통과해 아시아 시장으로 수송됐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인도, 일본, 싱가포르가 해협을 통과한 아시아 원유 수출 물량의 65%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갖는 입지가 크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유가에 미치는 파장 역시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탱커트랙커스닷컴의 사니르 마다니 공동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교란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이상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 해운사인 바흐리가 호르무즈 해협 운항을 중단했다고 보도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비에 제이콥 연구원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바흐리의 움직임은 중동 전운이 원유 공급망과 유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판단했다.
PVM 오일 어소시어츠의 스티븐 브레녹 애널리스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우려하는 사태가 실제로 벌어질 경우 충격은 작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 유가가 다시 세 자릿수 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는 것은 물론이고 중동 지역의 군사적인 충돌 역시 확산될 수 있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다만, 미국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석유 시설이 아닌 군사 기지를 타깃으로 했다는 사실에 업계 애널리스트는 일정 부분 안도하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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