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주요 금융그룹 최초로 사내벤처가 분리한 '독립 법인'이 곧 나온다. 단순히 사내 사업화를 위해 아이디어를 공급하는 소규모 조직을 넘어, 임직원들은 분사를 통해 창업 신화를 기대할 수 있고 은행은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IT 자회사인 하나금융티아이에서 운영하는 사내벤처 2팀은 이달 말 독립기업으로 분사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물론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분사하는 사내벤처 조직이다.
초고속형 데이터 전송 플랫폼과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을 아이디어로 내세운 이들은 지난 1년간 육성 기간을 거쳐 최종 분사를 결정했다. 하나금융은 자체 투자나 벤처캐피탈(VC) 투자유치 지원, 그룹 협업, 정부지원사업 연계 등을 통해 이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도 사내벤처 제도인 '우리 어드벤처'를 만들고 오는 2월부터 팀을 모집할 계획이다. 금융, 핀테크 등으로 분야 제한을 두지 않되, 고객유치나 프로세스 혁신, 신기술 확보 등 그룹과 협력이 가능한 부분이면 우대한다.
그룹 계열사 경계 없이 사내벤처를 구성할 수 있고, 독립기업으로 분사 기회를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은행 직원뿐 아니라 IT자회사인 우리FIS의 개발자, 카드사의 마케팅 전문가가 협업할 수 있는 구조다. 기존에도 은행 내 '드림셀', '이노씽크'가 있었으나 행내 업무를 위한 아이디어 수혈 역할에 머물렀다.
사내벤처로 선정되면 1년간 최대 1억7000만원까지 사업자금을 지원한다. 이후 평가를 거쳐 분사를 결정할 경우 창업진흥원과 연계해 최대 4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이 외에 우리은행의 핀테크 지원 공간인 '디노랩'의 사무공간과 기술·법률 자문 등을 제공한다. 기존 디노랩에서 상주하는 스타트업과 협업도 가능하다.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2020.01.14 yrchoi@newspim.com |
기존 은행권 사내벤처는 사내 사업화를 위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은행 업무와 연계된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사내벤처 활동과 기존 업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앞서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한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의 경우가 그렇다. 신한은행은 2016년 도입한 사내벤처 제도를 2017년부터 '에스파크(SPARK)'로 통합·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공모받아 사업화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2100여개 아이디어를 제안받았으며 해외부동산 투자컨설팅 플랫폼, 블록체인 기반 자금세탁방지 정보공유 시스템 등은 사업화로 이어졌다.
기업은행도 금융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티브셀'과 중소기업 지원 사업모델을 설계하는 'IBK 보배'를 운영 중이다. 크리에이티브셀은 은행 내 디지털채널부서와 협업 중이며, IBK 보배는 중소기업을 위한 물류보관 배송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이 다양한 사내벤처 실험에 나서는 것은 영역을 넘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대형 IT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금융시장을 흔들면서 은행들도 이에 대응하는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직된 조직 문화를 깨고 창의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사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리스크 회피적 업무방식을 극복하기 위해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했다"며 "조직 내 혁신문화를 안착시키고 우리은행 등 전 그룹사 임직원이 잠재능력을 배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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