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지난해 말 러시아에서 집단 귀국한 북한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2일 보도했다. 해외로 파견가기 위해 당국과 간부들에 뇌물을 바쳤지만 예정보다 이른 귀국에 돈은 제대로 벌지 못하고 빚만 남았기 때문이다.
평안남도 은산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RFA에 "요즘 우리 동네에는 지난해 귀국한 재쏘생(러시아 파견 노동자)들과 돈장사꾼들이 충돌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며 "러시아로 파견되기 전 노동자들이 돈장사꾼으로부터 빌린 이자돈을 갚지 못하면서 싸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소식통은 "노동자들의 빚은 모두 해외 노동력으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당국과 간부들이 갈취한 뇌물로 들어간 돈"이라며 "러시아 노동자로 3년 계약하고 파견됐지만 1년도 안 돼 강제 귀국하는 바람에 뇌물비용으로 꾼 돈에 이자가 붙어 빚더미가 됐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빈손으로 귀국한 노동자들은 돈장사꾼에게 '당에 가서 돈을 받으라'고 당당히 소리치고 있다"며 "돈장사꾼들은 본전이라도 찾겠다면 노동자들의 가재도구를 들어내는 등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어 노동자들이 큰 시련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러시아에서 귀국한 평안남도의 한 주민은 RFA에 "해외 노동력으로 선발되려면 해당 거주지 보안서, 보위부, 공장 기업소 당조직을 비롯해 신체검사를 하는 병원까지도 층층이 뇌물을 바쳐야 서류가 통과된다"며 "최종적으로 러시아 노동력을 비준하는 중앙당 임업성 간부부에서 면담할 때는 큰 뇌물을 바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주민은 "힘들게 러시아 벌목장에 파견돼 월급을 받는다 해도 그마저 러시아 현장에 주재하는 (북한) 임업국에서 40% 떼어가고 생산사업소 운영자금으로 20%, 충성자금으로 20%를 떼어내 노동자가 실제 받는 월급은 100달러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올해 다시 러시아로 파견될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 노동자들의 해외 파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은 이미 북한에서도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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