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최근 재난 수준의 산불과 갑작스러운 폭우 및 해일 등으로 신음 중인 호주에 이번에는 독거미 주의보가 내려졌다.
22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소머스비 지역에 위치한 호주 파충류 생태 공원(Australian Reptile Park)은 '퍼널웹(funnel-web)' 독거미(일명 깔때기그물거미) 활동이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깔때기그물거미 [사진=위키피디아] |
습한 숲 지대가 많은 호주 동부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깔때기그물거미는 방울뱀보다 독성이 15배 이상 강하며, 물릴 경우 10분 만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다니엘 럼지 호주 파충류 생태 공원 대변인은 "최근 내린 비와 무더위로 깔때기그물거미가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깔때기그물거미는 물렸을 때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거미에 속한다"면서 "(깔떄기그물거미 활동이 늘어난) 현 상황을 매우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작년부터 지속된 수십 년 내 최악의 산불 사태로 전국적으로 최소 2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NSW주에서만 주택 3000채 이상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주 시드니를 중심으로 비소식이 이어지면서 산불 사태는 다소 진정됐지만, 곳곳에서 홍수와 뇌우, 수질오염, 산사태 등이 이어지며 또 다른 피해를 초래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수도 캔버라 전역에 골프공 크기의 우박이 내려 피해가 속출했으며, NSW주에는 지난주 산더미 같은 거대 먼지 폭풍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시드니 소재 ABC 해충방제센터 워렌 베일리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깔때기그물거미가 대개 여름에 활발히 활동하는데 이번 시즌에는 유독 건조했던 날씨로 인해 활동 시기가 다소 늦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깔때기그물거미는 독성이 매우 강해 물리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면서 "최근 쏟아진 비로 깔때기그물거미가 활동을 시작해 바닥이나 천정을 통해 주택 내부로 침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충류와 거미를 기르는 제이크 메니는 호주 나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 내린 비로 깔때기그물거미가 번성할 수 있는 습한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깔때기그물거미는 주로 시원하고 습한 그늘 지역에 숨어있지만, 정원이나 실내 공간에서도 발견되며 주택의 경우 세탁실이나 주차장, 신발 속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현재까지 깔때기그물거미 사망자는 13명으로 집계됐지만, 매년 호주에서는 30~40명이 깔때기그물거미에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