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영감 안색 살피느라 바쁘다."
28일 여의도 정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더불어민주당이 꺼내든 '공천 데스노트'가 비밀리에 공개된 순간이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의원들 반응을 살피며 진땀을 뺐다. 이름이 적힌 '하위 평가자'는 전화를 받는다. 결과를 전할 원혜영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이름 석자가 어느 때보다 공포스러운 시간이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오른쪽), 이인영 원내대표(앞줄 왼쪽)를 비롯한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9.12.30 kilroy023@newspim.com |
민주당은 이날 현역 평가 '하위 20%'에 포함된 의원들에게 개별 전화를 돌렸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께 기자들과 만나 "(하위 20%는) 공관위원장 이외엔 알 수 없다"며 "오늘부터 통보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했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위 20% 평가를 받은 현역의원 22명은 향후 경선 점수 20%가 감점되는 불이익을 받는다. 사실상 자발적 용퇴를 유도하는 '공천 살생부'다. 민주당은 앞서 현역 의원들의 의정·지역활동에 대한 중간평가(45%)와 최종평가(55%)를 합산해 의원 평가를 마무리했다.
하위 평가자들은 48시간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날 오후 6시를 기준으로 30일 오후 6시가 마감시간이다.
다만 평가 자료에 계산상 착오가 있지 않은 이상 사실상 이의신청으로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는 게 공관위 관계자들 설명이다. 이의신청 과정에서 하위 평가자 면면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의신청 가능성도 적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오는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원혜영·백재현·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핌 DB] 2020.01.14 chojw@newspim.com |
하위 20% 평가자가 확정되며 자발적 불출마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하위 20% 의원 지역구에 여성 신인이 나오면 경선은 이미 게임 끝"이라며 "생환 가능성이 없으니 내려놓는 모양새가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4.15 총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공천룰을 확정했다.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와 정치신인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확대해 최대 25%까지 가산 비율을 높였다. 성적 부진 현역과 정치신인이 맞붙으면 신인이 유리하다고 계산한 이유다.
일각에서는 인위적 컷오프(공천 배제)를 없앤만큼 사실상 현직 의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한 예비후보는 "조직이 탄탄한 현역이 6000표를 받고 신인이 3000표를 받았다고 치면, 그래도 현역이 4800표로 더 많이 가져간다"며 "여전히 현역에게 유리한 룰이라 자진 불출마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다선 의원은 "이전 정부에서 불출마자들에게 정부부처 자리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정치인생은 거기서 끝이었다"며 "웬만한 현직 의원들은 그대로 '고(GO)'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민주당은 하위 20% 명단을 철저히 비공개로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어차피 차후 불출마 선언이나 경선 결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각 지역에서는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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