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진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탈북민 의사들은 북한은 낙후된 진단법과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인해 전염병에 취약하다며 남북 협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탈북민 의사들은 3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우한 폐렴을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라고 하면서 확산 방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감염 여부를 진단할 장비와 기술은 매우 낙후돼 있어 남북 협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베이징 전철역 입구에서 보건당국 직원이 승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2020.01.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청진의대 졸업 후 의사로 활동, 전염병 역학조사 등을 하다가 탈북한 한국 고려대 최정훈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의 전염병 진단법은 한국이나 미국처럼 과학화되지 않았다"며 "현미경과 배양기 등 실험기구는 40년 이상 된 것이 많고, 겨울에는 전기와 연료 부족으로 실험실 적정온도 유지가 힘들어 정확한 진단조차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지난 2006~2007년 북한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던 홍역을 처음에 성홍열로 잘못 판단해 수 개월 동안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은 일이 있었다"며 "모든 전염병은 실험실에서 균이나 바이러스를 분리해서 확인해야 하는데, 북한의 진단시스템은 균조차 제대로 분리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청진의대 동의학부(학의학) 출신으로 남북한에서 모두 한의대를 졸업한 뒤 한의사로 활동 중인 김지은 씨도 "북한은 일단 전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치료하기 힘든 열악한 의료환경이라 북한 당국이 국경 차단 등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라며 "의약품도 없고, 북한이 오랫동안 의료, 식량 상황이 많이 어려워서 일반 국민의 거의 70~80%가 면역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김 씨는 이어 "다만 북한은 강력한 통제력으로 인해 역학조사 등 전염병 관리체계는 한국보다 환경이 낫다"며 "북한은 담당구역제이 따라 매 의사가 자기 담당구역을 철저히 관찰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감염 경로라든가 전염병이 검역을 어떻게 들어왔고 그 사람이 누구를 만났고 하는 것은 한국보다 훨씬 통제가 잘 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정훈 교수는 "북한 당국이 북-중 접경 지역의 밀무역 활동까지 검역할 가능성이 적고, 의심환자를 격리할 시설이 없다는 게 또 다른 허점"이라며 "북한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산다. 격리시키면 밥은 먹여야 하는데, 북한은 그게 안 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인도적 의료 지원을 오랫동안 펼쳤던 서방의 한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에는 환자가 흘린 피를 다시 담아 수혈할 정도로 위생 환경과 장비, 약품이 모두 열악하다"며 "그래서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CT 촬영을 위해 많은 뇌물과 여행비를 들여 평양을 방문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때문에 북한이 열악한 부분을 솔직히 한국과 국제사회에 밝히고 대의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은 씨도 "북한 당국이 진솔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 우한에 갔다 온 사람이 3명이 있고 그 중에 1명이 확진이 됐고, 지금 몇 명의 의심자가 있는데 우리는 지금 아무 것도 없다고, 도와달라고 하면서 현 상황을 국제사회에 드러내고 진심을 다해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북한 당국은 한국 정부의 전염병 대응 협력 제안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해 전염병 방지를 위한 남북 의료협력 예산으로 1406억여 원을 편성했지만 전혀 집행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탈북 의사들은 "북한 당국이 지난해 발생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력 제안도 거부했다"며 "북한의 진정한 정면돌파전은 체면보다 인민 우선의 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