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달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한 후 미래관계를 두고 양측이 벌써부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3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후 영국의 미래 구상을 발표하는 연설을 할 계획이다.
FT가 미리 입수한 연설문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경쟁 정책, 보조금, 사회 보호, 환경 등과 관련해 EU가 영국 규정을 수용하는 것 이상으로 영국이 EU 규정을 수용해야 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은 이 문제들과 관련해 이미 가장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상당한 측면에서 조약의 강제 없이도 EU보다 강력한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 시점에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반면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영국과의 미래관계에 대한 EU 측 제안 발표에서 미래 영국의 EU 단일시장 접근권은 EU 규정 준수 여부와 직결돼 있음을 주장할 예정이다.
EU 관료들은 바르니에 협상대표가 영국이 EU 기준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면 무관세·무쿼터 무역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바르니에 대표가 영국이 EU의 환경 및 노동시장 규정을 수용하는 '공평한 경쟁 환경'을 골자로 하는 무역관계 초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노르웨이가 현재 EU와 맺고 있는 관계와 유사한 것이다.
하지만 FT는 존슨 총리가 EU 준회원국에 버금가는 노르웨이 모델 대신 철저히 무역협정에 의해 관계가 정립되는 캐나다 모델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등 4개국이 속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은 1994년부터 EU와 단일 관세동맹과 무관세로 운영되는 유럽경제지역(EEA)을 지속하고 있다. EFTA 회원국은 최소한의 절차만 거치면 EU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EU 내에서 서비스와 상품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대신, EU의 '4대 자유'(재화·서비스·인력·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정책에 따라야 한다. 또한 EU의 단일시장 규정을 일부 지켜야 하며 회원국만큼은 아니지만 EU 재정 지원금도 내야 한다.
한편 캐나다는 2017년 EU와 맺은 FTA인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에 따라 공산품과 농산물 무관세 제도와 투자시장 및 정부조달 시장 무제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서비스부문을 비롯해 상당 부문에서 무역장벽이 존재하고, 특히 캐나다 금융기관들은 EU 패스포팅(한 국가에서 영업 허가를 받으면 EU 내에서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권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대신 캐나다는 EU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며 EU 외 국가와 자유롭게 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다.
존슨 총리는 캐나다 모델이 여의치 않을 경우 EU와 완전히 갈라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르는 호주 모델을 추진할 의향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11개월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양측은 10월 말까지는 미래관계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하는 촉박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영국 런던 시민들이 1월 31일(현지시간) 밤 영국 국기를 흔들며 브렉시트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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