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미투(Me Too)' 폭로를 당한 정봉주 전 의원의 4·15 총선 출마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에도 정 전 의원의 출마 여부를 결론짓지 못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중앙당사에서 후보검증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이어 열고 논의했으나 정 전 의원에 대한 후보 적격 여부 판정을 보류했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오늘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4·15 총선 예비후보 적격 여부 판정을 보류했다. [사진=뉴스핌 DB] |
정 전 의원에 대한 결정이 늦춰지면서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자진 사퇴' 형식으로 불출마 선언한 문석균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우와 달리 흘러가는 양상이다.
당은 이미 정 전 의원에게 비공식적으로 불출마 권고를 한 상태다. 정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접지 않을 경우 공관위가 공식적으로 공천 배제한다는 방침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 전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거듭 반박하며 출마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논란으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중도 하차한 후 관련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결과는 1심 무죄 판결. 정 전 의원 스캔들로 인한 부담이 크면서도, 당이 쉽게 정리할 수 없는 이유다.
이근형 위원장도 이날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사건과 연관성이 있으나 1심 명예훼손 및 무고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며 후보 적격 판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정 전 의원 입장에선 당락을 불문하고 선거 출마 단계조차 돌파하지 못하면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는 셈이다. 본인의 존재감을 확인 받고자 하는 열망도 강해 보인다"며 정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쉽게 굽히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를 지켜보는 민주당 속내는 복잡하다. 최근 '영입인재 2호'였던 원종건씨의 '미투 가해' 논란으로 한 차례 곤욕을 치른데다, 민병두·이훈 의원의 사생활 문제까지 재조명되며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날선 여론을 감안하면 정 전 의원을 안고 가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정 전 의원의 자질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무적 판단으로 정 전 의원을 정리할 경우 '성 스캔들'이 터졌던 민 의원과 이 의원의 경우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을 부적격 판정 내릴 경우, 민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해서도 엄중한 잣대를 들이댈 수 밖에 없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설명이다.
민 의원은 2018년 '미투 폭로'가 나와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가 당의 만류로 철회한 적 있다. 이 의원은 스캔들 당사자가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검증위는 두 의원에 대한 정밀 심사를 요청한 상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을 '비호감 이미지' 등 추상적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 옳냐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정 전 의원을 배제하든, 배제하지 않든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매한가지인 상황"이라고 봤다.
그는 "김 전 대변인처럼 설득해 정 전 의원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고 당이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라며 "물밑에선 계속 설득하는 작업인 이뤄지고 있으니 표면적 조치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공관위는 오는 9일 오전 8시 30분 회의를 열어 정 전 의원의 후보 적격 여부를 최종 결정내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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