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확산되면서 중국 공안의 일상생활 단속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7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오락시설 폐쇄와 집회 금지 차원을 넘어 민가에 있는 마작 테이블을 부수거나, 드론(무인기)으로 사람들을 감시·경고하는 등 과잉 대응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민간에도 번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발열을 밝히지 않는 자는 인민 속에 숨은 계급의 적"이라는 등 과격한 표현의 현수막을 내걸어 SNS 상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베이징 전철역 입구에서 보건당국 직원이 승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2020.01.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너는 목숨이 필요없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살고 싶다고!"
마스크를 쓴 경찰관이 농가에 들어와 집에 있는 2대의 마작테이블을 망치로 때려 부수며 소리를 지른다. 지난 1월 28일 장쑤(江蘇)성 농가에서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다. 해당 영상은 인터넷에 퍼지면서 중국 언론에서도 다뤄졌다.
중국 공안은 지난 1월 하순부터 "사람이 모이면서 생기는 감염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마작이나 공원에서의 댄스 등 오락활동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마작테이블을 부수는 영상도 인터넷에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 중엔 경찰이 홍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공개하는 사례도 있다.
청두(成都)시 우허우(武侯)구의 경찰은 아예 "부모가 마작을 하러 가면 신고를 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과잉 단속은 오락 외의 분야로 확대됐다. 장시(江西)성 뤼창(瑞昌)시 경찰은 드론으로 상공에서 거리를 감시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드론에 탑재된 스피커를 이용해 집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대화 나누고 있는 거기 4명, 집으로 들어가"고 명령하거나, 보행자에게 "담배 버리고 마스크를 써. 거기 너한테 말하는 거다"라는 식으로 경고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감염자가 가장 많은 우한(武漢)시와 인접해 있는 후베이(湖北)성 샤오간(孝感)시는 3일 시민에게 통지문을 보내며 "발열자는 하루 안에 전화로 정부에 보고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 "모든 시민은 체온 검사를 받아야 하면 협력하지 않는 자는 처벌한다"고 밝혔다. 발열을 감춘 사람을 발견해 신고하면 포상금으로 1000위안(약 17만원)을 준다고 했다.
당국의 이런 강경조치에 SNS에서는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는 한편 "특별한 때이니 만큼 특별한 대응이 좋다", "이 정도는 필요하다" 등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
과하게 반응하는 건 당국 뿐만이 아니다. 난국을 극복하자는 의도로 각 자치회가 내걸고 있는 현수막에서도 과격한 표현을 발견할 수 있다.
푸젠(福建)성 아모이 시내에선 문화대혁명과 흡사한 "발열을 밝히지 않는 자는 인민 군중 속에 잠복한 계급의 적이다"라는 슬로건이 등장했다. 다른 지역의 현수막에서도 "찾아온 사람은 적이니 문을 열지 말라"는 등의 현수막이 내걸려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 대해 SNS에선 "문화대혁명 때와 똑같다. 개인은 사회 전체에 따르고 역행하면 용서받지 못한다"라는 한탄이나 "바이러스를 멀리해도 사람에 대한 사랑까지 멀리하지 말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