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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 "무서류, 장당 2400원"…은밀한 카톡 직거래

기사등록 :2020-02-11 05:00

지난달 말 장당 800원...10일 최고 2400원까지 폭등
정부 단속 소식 실시간 공유...막판 거래 물량도 쏟아져

[편집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온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500원 하던 마스크 한 장 가격이 5000원까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지만, 그마저도 품절이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매점매석까지 더해져 마스크 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사건팀(박준형, 한태희, 임성봉, 김경민, 이정화, 이학준 기자)은 가격 폭등의 원인과 문제점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는 취지에서 마스크 제조에서 판매까지, 생산과 유통과정 전반을 다각도로 취재했습니다.

[서울=뉴스핌] 사건팀 = 정부가 보건용 마스크, 손 세정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방침을 알린 지난 4일 오후 5시 30분. 음성적 마스크 매매가 이뤄지던 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 매물을 내놓는 메시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15만장 급매', '끝물. 장당 1800원', '바로 영상통화로 확인 가능' 등의 글과 함께 판매자들의 전화번호, 텔레그램 아이디가 담긴 메시지가 쏟아졌다.

단톡방에는 이날에만 1200여개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대부분 미리 확보해놨던 마스크 물량을 급히 처분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부는 다급한 듯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며 "즉각 화상통화로 물량 확인시켜줄 수 있고 총알(현금) 인증하면 오늘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지난달 말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카카오톡 마스크 거래 단체 대화방. 10일 오전 판매자들이 매물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모습. [사진=임성봉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카톡을 이용한 마스크 직거래가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에는 마스크 품귀 현상과 정부의 매점매석 단속 방침이 맞물리면서 물량을 확보하고 가격 폭등을 부추기던 중간 유통업자들의 단톡방 급매 행위도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감시를 피하기 위한 무서류 거래가 이뤄지는 등 암거래까지 성행하면서 마스크 대란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 "(긴급) 당일 거래 가능한 분 찾아요"

11일 뉴스핌 취재 결과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난달 중순 이후 마스크 매매 관련 단톡방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검색이 가능한 마스크 단톡방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2곳으로 각각 200여명, 130여명이 접속, 실시간으로 마스크를 거래하고 있다. 암암리에 개설된 단톡방까지 포함하면 상당수의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매점매석 단속 방침 이후에는 단톡방을 통한 마스크 거래가 더욱 늘었다. 단속을 피해 급매를 하려는 판매자들 때문이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500여개 메시지가 오가던 한 단톡방에는 최근 들어서 하루에만 1000여개의 메시지가 오가고 있다.

또 다른 단톡방에서 한 판매자는 "총 백만 장 생산, 안산 공장, 선납 30% 계약금, 오늘 미팅 가능하신 분 연락주세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또 다른 판매자도 "2250원, KF94, 270만장, 현금, 즉시 떠가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마스크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다. 이날 현재 한 단톡방에서 마스크는 1장당 최고 2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규모가 있는 업체나 사업자, 법인은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 감독을 받기 때문에 음성적인 거래를 할 수 없다"며 "영세한 개인사업자나 일반 개인들이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물량을 확보한 후 이를 시중에 풀지 않으면서 마스크 가격이 펌핑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대화방에 단속반 들어온 듯"

현행법상 카톡을 이용한 마스크 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개인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고 거래하면 특정경제법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으로 형사처분 받을 수 있다. 사업자가 아닌 개인이더라도 매점매석을 했을 경우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최대 2년 이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마스크 거래가 이뤄지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이용자들이 경찰의 단속 소식을 알리고 있는 모습. 지난 4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매점매석 강력 단속에 들어갔다. [사진= 임성봉 기자]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카톡 마스크 거래는 판매자가 대량의 마스크 물량을 사진으로 찍어 '인증'하면 구매 희망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긴 뒤 접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때까지만 해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통관 서류, 세금계산서 발행 등 기본적인 서류를 갖춘 판매자와만 거래했다.

하지만 거래 방식이 날로 지능화되면서 최근에는 서류작업 등 중간과정을 생략한 채 물건과 현금만 확인한 후 직접 만나 물건을 주고받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한 단톡방에는 '무서류', '즉시 거래' 등의 문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일각에서는 음성적인 마스크 매매 과정에서 탈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도 마스크 매매 과정에서 탈세가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 현재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단톡방에서 단속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 단톡방에는 "물류창고 장소를 물어보는 사람과는 거래하지 않겠다", "창고에서 거래하자는 사람은 단속반인가요?", "방금 단속반인 듯한 사람이 거래를 제안했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구매자를 확보하기 위해 창고에 쌓여있는 마스크 사진을 올리던 메시지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단속반이 사진을 토대로 물류창고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을 경계해서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 은밀한 거래가 지능화되면서 거래 장소와 시간, 물량과 금액 등에 대한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식약처를 중심으로 강력 대응을 예고했으나 근절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카톡 특성상 수사 범위가 광범위하고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거래를 일일이 특정해 수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다른 부처들과 함께 합동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각 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 차원에서도 관련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현행법상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발하고 수사를 통해 혐의가 입증되면 최고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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