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주요 외신은 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영어명 Parasite)이 4관왕을 달성한 것에 대해 일제히 '역사적인 사건'이라면서 "92년 백인주의가 무너진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기생충'의 출연 배우들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기생충은 외국어 작품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각본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 4관왕에 등극했다.
NYT는 "일요일 밤, 한국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비(非)영어 작품이 되자 92년의 오스카 역사는 산산조각났다"며 "할리우드의 백인 제작사가 말하는 백인 이야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드디어 쇠퇴하기 시작한 순간"으로 평했다.
매체는 "이 영화의 엄청난 승리가 2015년과 2016년 할리우드 영화계에 대한 항의 '오스카쏘화이트'(OscarSoWhite, 오스카는 백인위주)가 있고 나왔다"고 꼬집었다. 당시 2년 연속 아카데미 연기자 후보가 전부 백인이었다는 것이 논란이 돼 트위터에는 '#오스카쏘화이트' 운동이 벌어졌다.
이에 주최 측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올해 2020년까지 여성과 소수인종 회원 비율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8500명의 회원 중 불과 8%만이 유색인종이었다. 지금은 그때의 약 두 배인 16%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관왕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출연 배우들이 수상 후보에 오르지 않은 점은 여전한 고질적 문제라고 NYT는 꼬집었다. 아카데미가 유독 아시아 배우들을 자주 간과한다는 것이다.
예컨데 2008년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는 인도를 배경으로 많은 아시아 배우들이 열연한 작품이데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무려 8관왕이란 기염을 토했지만 배우들이 받은 상은 전무했다.
WSJ는 올해 '외국어 영화상'이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바뀐 것에 대해 언급하며 "기생충의 수상은 많은 할리우드 비평가들이 요구해온 좀 더 포괄적인 오스카상 시상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듯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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