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금융감독원과 우리금융지주간 긴장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금감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중징계하려고 당초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수석부행장)을 제재심 막판에 '관리자'에서 '행위자'로 바꾸는 꼼수를 썼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정 부문장은 금감원으로부터 손 회장과 함께 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 문책 경고와 감봉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10일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에서 충분히 소명했는데 DLF상품 관련 엄연히 업무 규정상 행위자는 전결권을 가지고 있는 상품선정위원회 부장이고 그 감독자였던 임원을(당시 WM그룹장) 관리자로 보는게 맞는데, 정 부문장을 행위자로 보고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진=김아랑 미술기자] |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DLF 막판 제재심에서 우리은행 정 부문장을 불완전판매 관련 '관리자'에서 '행위자'로 바꿨다. 정 부문장이 관리자라면, 손 회장에게도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묻기 어려워 금감원이 제재 대상을 바꿨다는 의혹이 나온다. 금감원 제재심에서 행위자를 감독하는 관리자의 관리자까지 징계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DLF관련 제재에 여러 사안이 있었는데, 1건에 대해 우리은행 정 부문장이 본인은 관리자가 아니라고 주장해 관리자에서 뺀 것"이라며 "제재심에서 이를 받아들여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을 관리자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지난주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면서 금감원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는 얘기가 금융권 안팎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금감원이 1년 넘게 묵혔던 우리은행 고객 '비번도용' 사안을 최근 제재심에 올리기로 한 것을 두고 '타깃제재'라는 말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 10∼11월 이뤄진 우리은행 경영실태평가의 IT(정보기술) 부문검사 결과 조치안을 최대한 빨리 제재심에 올리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8년 7월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의 인터넷·모바일뱅킹 휴면계좌 비밀번호를 바꿔 활성계좌로 전환한 사실을 적발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비밀번호 변경으로 휴면계좌가 활성화하면 새로운 고객 유치 실적으로 잡힌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과 전자금융거래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금감원이 이를 제재심에 올리게 되면 지난 우리은행, 하나은행 최고 경영자(CEO) 중징계 근거가 된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이 재강조될 개연성이 크다. 금감원이 DLF관련 CEO의 중징계가 합당했다는 명분을 만들수 있는 셈이다. 연임을 노리는 손 회장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금감원과의 법정다툼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초 금융위원회의 은행에 대한 최종 징계가 확정, 통보되면 바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이 경영진 제재로 이어지는 건 법적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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