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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뉴햄프셔 경선서 확고한 선두 잡을까...그의 정책과 삶

기사등록 : 2020-02-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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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샌더스 지역구 버몬트 맞닿은 '강세 지역'
여론: 부티지지가 바이든과 워런 지지세력 흡수 중

[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70대 노장이 '뉴햄프셔 아성'을 지키면서 30대 '떠오르는 별'을 무너뜨릴까.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30대 정치 신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38)이 1위에 오르는 대이변을 연출했지만, 공식적인 최종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어 이제 두 번째 경선 무대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부티지지와 아이오와에서 '초박빙'으로 1위 자리를 겨루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에게 뉴햄프셔는 지역구인 버몬트주와 맞닿아 있어 그의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4년 전 샌더스는 이 지역에서 22%포인트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승리했다. 다만 부티지지가 아이오와에서 신승한 뒤 다른 후보의 지지세력을 흡수하고 있어 주목된다.

◆ 샌더스 준(準)'지역구', 공화당 몰아주기 예상도

뉴햄프셔는 벌써부터 샌더스 승리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이 샌더스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흥미롭다.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급진주의 성향의 샌더스를 상대하기 더 쉬울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프라이머리'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어 공화당 지지자들도 등록이 가능하다.

지난 9일 미국 정치전문지 더힐(THE HILL) 등에 따르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여론조사(5~8일, 표본오차 ±5.0%포인트)에서 샌더스가 28%, 부티지지가 21%,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2%,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9%,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6%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CNN/뉴햄프셔대학이 발표한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샌더스가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부티지지가 바이든과 워런 등의 지지세력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CBS와 유고브 조사(5~8일, 표본오차 ±4.3%포인트)는 샌더스 의원 29%, 부티지지 전 시장 25%로 집계됐다. 지난달 조사 때와 비교해 샌더스 의원 지지율은 2%포인트 올랐지만, 부티지지 전 시장은 무려 12%포인트가 상승해 눈길을 끈다.

이 때문에 샌더스가 우세하지만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무서운 기세 부티지지, 바이든·워런 지지 흡수 중

이런 상황을 마주한 뉴햄프셔 민주당원들은 11일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후보자들의 정책 대결은 뒷전이고 오직 당선 가능성이 최우선시 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현 대통령을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임기 중에 맞았던 여러 위기 특히 탄핵을 깔아뭉개버린 정치적 돌파력을 눈으로 확인했기에 민주당원은 그의 위력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강한 이미지 소유자를 원한다.

부티지지는 그의 참신성이 오히려 단점이 됐다. 경험이 짧고 너무 젊다는 것. 샌더스도 사회주의를 수용하기 때문에 트럼프와의 막판 승부수에서 영국 노동당의 전례를 밟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FT는 특히 영국에서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지난해 말 선거에서 반세기 최악의 패배를 초래한 것처럼 샌더스도 선거에서 똑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진보주의 단체 프라이오러티즈 유에스에이 의장 가이 세실은 민주당이 이제 탄핵 이슈에서 처방약 가격인하와 헬스케어 접근성, 그리고 정부보조 프로그램 유지 등의 이슈로 최대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실은 "이들 이슈를 선거전의 중심 논쟁거리로 밀어 넣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트럼프에게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민주당원들은 마음 한 구석에서 지울 수 없는 걱정이 있다. 트럼프가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논쟁 점에 대해 의외로 잘 대응하고 있어 놀랍다는 것이다. 최근 탄핵에서 완전 탈피했고 오히려 이것을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것.

캘리포니아 출신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위원 밥 뮤흘랜드씨는 "초조함이 없지 않다"면서 "오죽하면 걱정돼 죽겠다 하겠느냐"고 말했다.

◆ 젊은 지지층, 급진성향 우려 지울까

부티지지 후보가 공략하고 있는 대상이 퇴역 군인, 중도 성향 부동층이라면 샌더스의 주요 지지층은 젊은 이들이다. 

FT는 2016년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선풍을 일으키게 했던 젊은층의 지지는 4년이 지난 지금 당시에는 투표권이 없었던 젊은이들이 투표권을 얻었기 때문에 30세 이하 지지층이 더 두터워졌다고 보도했다.

이 지지층을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이번 경선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

2016년 뉴햄퍼셔 선거인단에서 30세 이하가 20% 비중이었다. 당시 뉴햄퍼셔 30세 이하 투표자의 83% 지지를 얻어 기염을 토했지만 이번은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샌더스가 젊은층을 사로 잡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의 정치생활 내내 일관성 있는 정책을 주장해 온 것이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호소력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학생 학자금 대출 1.6조달러를 탕감하겠다는 것도 있다. 대상은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중산층 가정의 대학생까지 포함한다. 그는 또 공립대학교의 4년간 등록금을 폐지하겠다고 강조한다.

대학생들은 이런 것 못지않게 샌더스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을 지지한다.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인 '그린뉴딜'은 샌더스가 거의 두배 이상의 연령인데도 불구하고 젊은층과 동질감을 느끼게 만드는 프로젝트다. 미국 경제구조를 기후변화 대응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아이오와 동부지역 출신 18세인 에이미 오버하르트는 샌더스를 지지하는데 연령이나 성, 인종이 무슨 상관이냐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는 "샌더스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역사상 첫 유대인 대통령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티지지가 젊지만 샌더스는 자신의 연령에도 불구하고 젊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젊은이의 두터운 지지를 등에 업고 샌더스가 이미지가 젊은 부티지지를 따돌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대목이다.

부티지지의 중도노선이 오히려 트럼프를 이기는데 도움이 된다는 젊은이들이 있겠지만, 부티지지의 '참신'한 이미지가 실제 젊은이에게는 호소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햄퍼셔대학교의 정치학교수 단테 스칼라는 부티지지에 대해 "마치 대학생 정부의 대통령 같은 느낌을 준다…숙제는 빼놓지 않고 다하는…"이라며 "그는 나이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스마트하고 젊은 사람 유형이라서 실제 젊은이들에게 호소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아 로이터=뉴스핌] 이영기 기자 =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에서 2020대선 민주당 경선주자 버니 샌더스 팻말을 든 한 어린이가 계단을 오르고 있다. 2020.02.10 007@newspim.com

◆ 샌더스 정책은 '21세기 경제적 권리장전'

외신들은 샌더스의 정책들을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가 총리로 재선된 배경과 비교하기도 한다. 샌더스의 정책은 '다양성'과 '사회통합'이라는 트뤼도의 정책과 닮았다는 것.

외국태생 시민권 보유자 비율이 미국보다 20%포인트 가량 더 높은 캐나다는 보편적 의료보험과 소득재분배 정책을 펴고 있다. 선거에서 표는 소득재분배를 주장하는 당들의 연합으로 몰렸다.

파이낼셜타임스(FT)는 샌더스를 국적이 없는 큰 정부를 지지한다고 봤다. 코스모폴리탄 사회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 통하는 것이 남쪽에서도 그대로 통한다고 할 수 는 없다.

하지만 최근 젊은층에서는 캐나다 못지 않게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샌더스의 주목 받는 정책 3가지를 소개하면, 우선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다. 미국의 에너지 시스템을 재생 에너지 100%로 전환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일자리 2000만개를 만든다는 프로젝트다.

다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 것이다. 특히 공립대학교 등록금 폐지와 현재 1.6조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짊어지고 있는 45백만 미국시민의 학자금 대출금 탕감 정책이다.

그리고 미국가계의 최상위 0.1%계층에 대한 부유세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대상은 순자산 3200만달러 이상 보유자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세수 4.3조달러를 늘일 수 있고 또 향후 15년간 시행해 최상위 부유층의 부 규모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들을 샌더스 선거캠프에서는 '21세기의 경제적 권리장전(A 21st Century Economic Bill of Rights)'라고 부르고 있다. 소득수준, 인종, 종교, 성, 출신국가, 성 정체성과 무관하게 미국시민이라면 삶을 위한 기본적 필요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 뉴욕 브루클린 노동자 집안서 태어난 샌더스

샌더스는 만 79세로 1941년 뉴욕 브루클린의 힌 노동자계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유대인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브루클린 대학을 다니다 시카고 대학에서 1964년에 학사학위를 받았다.

1968년 버몬트에서 목수와 다큐멘타리 제작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81년에 무소속으로 벌링턴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1990년에슨 버몬트주 최대 선거구에서 연방하원의원으로 선출된 후 내리 16년간 하원의원 활동을 했다. 2006년에 그는 상원으로 당선됐고, 2012년과 2018년에 재 당선됐다.

그는 시장으로서 벌링턴을 미국에서 가장 활기있는 도시로 만들어놨다. 낮은 집세, 누진소득세, 환경보호, 어린이보호, 여성권리 등이 그의 주된 시 행정 목적이었다. 의회에서는 줄어드는 중산층과 커지는 소득격차를 주목하면서, 노동자계층을 옹호해 왔다.

지금도 버몬트에서 아내 제인과 살고 있다. 그는 슬하에 4자녀와 7명의 손자손녀가 있다.

[맨체스터 로이터=뉴스핌] 김민정 기자 = 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이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성 안셀무스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0.02.08 mj72284@newspim.com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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