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중국 우한(武漢)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대책의 일환으로 지정한 '격리처'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격리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나 감염 의심자를 격리시키기 위한 곳으로 우한시는 시내 호텔·학교 등 132곳을 격리처로 지정했다. 아사히신문은 격리를 통해 감염확대를 막겠다는 목적이지만 부족한 의료지원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우한대학교 중난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한시에 거주하는 주부 왕원쥔(王文君·33)씨는 지난 6일 아사히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버지를 돕고 싶다"며 실명을 전제로 한 취재에 응했다. 중국에선 당국의 단속을 두려워해 익명 보도를 원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왕씨는 지난 23일부터 함께 사는 아버지(61)와 삼촌(63)이 발열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병원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지만 병상이 부족하기 때문에 입원은 거절당했다. 그러던 중 30일 아침부터 아버지의 증상이 심각해졌다. 호흡곤란으로 걷지도 못하는 수준이었다.
지역의 행정서비스 담당자는 아버지와 삼촌에게 '격리처'에 가라고 권유하면서 "의료 관계자가 상주하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면 입원수속을 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삼촌과 함께 격리처에 들어간 아버지는 전화를 걸어 "의사도 간호사도 없는 비즈니스 호텔"이라며 "마스크나 산소통, 소독약도 없고 식사도 싸늘하게 굳은 밥 덩어리"라고 말했다.
다음날엔 왕씨의 삼촌이 호텔에서 죽은 상태로 발견됐다. 아버지는 이에 호텔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왕씨의 아버지는 "(격리처는) 난방조차 없다"며 "거기선 죽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지난 9일에서야 병원에 입원을 할 수 있었다.
우한에 거주하는 또 다른 여성은 1월 말 어머니를 잃었다. 어머니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자로 진단을 받은 환자였다. 행정 담당자는 집에서 어머니를 간병했던 60대 아버지에게 "밀접 접촉자이니 격리처에 가라"고 권유했다고 여성은 전했다. 여성에 따르면 격리처는 집 근처 호텔로 의료진은 보이지 않았다.
여성의 아버지는 이후 병원 검사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아직까지도 입원하지 못한 상태다.
아사히신문은 여성의 아버지가 권유받았다는 호텔로 전화를 걸었다. 호텔 수위라고 밝힌 남성은 전화를 받아 "식사를 전달하는 직원은 오지만 여기 남아있는 건 우리 뿐이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우한시에 따르면 시내 병원에서는 현재 원칙적으로 중증환자만 수용하고 있다. 중증환자의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서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나 감염 의심자의 경우는 우한시가 정한 132곳의 격리처에서 수용한다.
하지만 이처럼 부족한 격리처조차도 우한시내 감염 증상자를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우한 내에서 감염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132곳의 격리처에 있는 침상 수는 약 1만2000개에 그친다. 의료종사자 수도 2000명 가량이 부족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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