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한 때 유로존의 '주변국'으로 분류, 기피 대상이었던 이탈리아와 그리스 채권에 뭉칫돈이 밀려들고 있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최근 1.0%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국채 발행에 자금 유입이 홍수를 이뤘고, 이탈리아 역시 돈잔치를 벌인 것.
유로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독일 국채 수익률이 이른바 '서브 제로'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자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이들 채권에서 사재기를 연출하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그리스 채권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 분트와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1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가 실시한 16년 만기 90억유로 국채 발행에 무려 500억유로에 달하는 입찰 수요가 몰렸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상황은 그리스도 마찬가지. 15년 만기 국채 발행에 140억유로의 '사자'가 홍수를 이뤘다. 부채 위기 이후 최장기 국채 발행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셈이다.
2011~2012년 부채 위기를 계기로 유로존의 채권시장은 독일을 필두로 한 중심부와 리스크가 높은 주변국으로 구분됐고, 여기에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가 포함됐다.
하지만 이 같은 경계가 무너져내리고 있다. 독일 국채가 마이너스 영역에서 거래되는 데다 이른바 서브 제로 채권 물량이 10조달러를 웃돌면서 수익률을 확보할 기회를 찾기 어렵게 되자 시중 자금이 주변국으로 밀려들고 있다.
해당 채권이 제공하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함께 월200억유로 규모의 유럽중앙은행(ECB) 채권 매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들의 '입질'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저금리 정책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도 주변국 국채 매입의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2년 30%를 넘어섰던 그리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 아래로 떨어졌고, 같은 만기의 이탈리아 및 스페인 국채 수익률도 각각 0.9%와 0.3% 내외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들 주변국의 국채 발행 수익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독일과 흡사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꺾인 셈이다.
네덜란드 소재 ING의 안토인 부벳 채권 전략가는 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이탈리아와 그리스 국채를 독일 분트처럼 여기는 모습"이라며 "안전하면서 독일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자산이라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입찰 열기와 국채 수익률 하락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리스 경제는 올해 2.4% 성장, 지난해 유럽 대륙 전체 성장률 전망치인 1.4%를 앞지를 전망이지만 부채 규모가 GDP 대비 180%에 이르는 상황을 감안할 때 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가 그리스의 국채를 여전히 '정크'로 분류하는 상황 역시 1% 아래로 떨어진 수익률과 엇박자라는 주장이다.
이탈리아는 올해 성장률이 0.3%에 그칠 전망이다. 아울러 GDP 대비 130%에 이르는 눈덩이 부채 역시 부담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한파가 닥칠 때 바닥권으로 떨어진 주변국 국채 수익률이 급반전을 이룰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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