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나 월가의 시선을 끌고 있다.
뉴욕증시의 10년 강세장과 최근까지 이어진 최고치 랠리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기댄 결과라는 점에서 연초 추세가 지속될 경우 증시 전반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다.
뉴욕 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해 미국 간판급 기업들의 이익이 둔화된 데다 중국에서 번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기업 수익성에 크게 흠집을 낸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19일(현지시각) 알리안츠 번스타인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상장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137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급감한 수치다. 뉴욕증시의 매수 주체에 커다란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2009년 이후 약 11년에 걸쳐 뉴욕증시가 최고치를 거듭 갈아치우며 장기 강세장을 연출한 데는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월가의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사자'가 영속되기 어렵고, 펀더멘털과 무관한 매수에 따른 주가 상승이 결코 건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고개를 들었다. 기업들이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주가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월 기업 자사주 매입이 크게 위축됐지만 뉴욕증시는 1.2% 오름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상황이 지속될 경우 주식시장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다.
알리안츠 번스타인의 마크 다이버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뉴욕증시는 천문학적인 자사주 매입에 크게 의존했다"며 "기업들의 매입이 앞으로도 위축될 경우 주가에 커다란 적신호"라고 주장했다.
사실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부터 감속하기 시작했다. 2019년 기업이 사들인 자사주 물량은 약 7000억달러로, 2018년 1조달러에서 대폭 줄어들었다.
2017년 말 트럼프 행정부의 전폭적인 법인세 인하에 따른 효과가 희석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또 2018년과 같은 공격적인 매입이 재연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주가 향방이다. 최대 매수 세력의 공백에 따른 주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 가뜩이나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주식시장이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과 맞물려 투자 심리를 냉각시킬 전망이다.
종목별 주가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을 지속하거나 지난해 발표한 물량을 계획대로 사들이는 업체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실제로 코노코필립스와 버라이존, 크리스톨 아이어 스큅, HCA 헬스케어, 브룩필드 프로퍼티 파트너스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 증권거래 업체 찰스 슈왑과 주택 건설 업체 레나, 특수 산업 장비 업체 램 리서치, 그리고 화물 운송 업체 CSX 역시 자사주 매입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한편 자사주 매입에 대한 펀드 매니저들의 의견은 다소 부정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2월 조사에 따르면 월가의 매니저들이 앞으로 기업의 자금 운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42%가 재무건전성 강화에 투입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반면 40%는 고정 자본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한 주주 환원을 기대하는 투자자는 1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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