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에프씨와 플레이디, 엔피디 등 예비 상장기업들이 IPO 관련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기업설명회(IR)와 기자간담회 등을 개최하기 어려울뿐더러 투자심리 위축 등에 따른 공모 흥행 여부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올 초 활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고됐던 IPO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newspi.com |
KT그룹의 디지털 광고대행사인 플레이디는 지난 24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예정된 대규모 기업설명회(IR)를 취소했다. 회사 측은 기관투자자가 개별적으로 요청을 할 경우 따로 미팅을 갖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디는 이달 초에도 코로나19 사태로 홍콩 등 해외 기관투자자 IR을 취소하고, 텔레 콘퍼런스로 대체했다.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인 엔피디도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기관투자자 IR을 취소했으며,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한 IR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주관사인 유안타증권 측은 "코로나19 사태 상황이 심각한 탓에, 기관투자자들의 안전을 고려해 IR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소재기업 엔에프씨는 지난달 수요예측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같은 달 코스닥 입성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두 차례나 미뤘다. 공모 일정이 연기된 데는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증시 변동성과 증권신고서 추가 기재 등의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엔에프씨는 기재 정정보고서를 통해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라 중국의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경기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당사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거론했다.
회사는 또 "상해녹음생물과기유한회사는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라 중국 정책에 맞춰 2020년 1월 말 춘절 이후 일주일 간 영업을 중지했다"며 "하지만 2020년 2월 10일부터 영업을 정상 진행하고 있으며, 거래처의 주문 또한 정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5년부터 IPO를 계획해온 것으로 알려진 호텔롯데도 상장을 추진하기에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진행되던 IPO가 연기가 된 것은 아니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상장은 기업가치가 최고조로 달했을 때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데, 현재는 시기가 애매한 것 같다는 결론은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신약개발업체 노브메타파마가 코로나19 사태로 기자간담회와 기관투자자 IR을 취소했으며,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IPO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일정 기간 안에 해결된다는 전제 하에 전체적인 IPO 시장 상황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간담회 등은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부담으로 취소되고 있는 것이며, 온라인 미팅으로도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가 상장 일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플레이디와 엔피디 등은 기관투자자 IR을 제외한 공모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최 연구원은 또 일부 기업가치가 저평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은 업종별로 상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업종에 따라 이번 사태에 영향을 덜 받거나, 더 받을 수 있다"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의 경우에는 이번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146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수는 12명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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